등록 : 2016.10.04 20:46
수정 : 2016.10.04 21:53
수사팀 지난주 “강남땅 거래에 진경준 등장 안 해” 결론
김정주, 진경준, 우병우 쪽 재산 관리인 등만 불러 조사
중개수수료 관련 소송인 존재 알고도 부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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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땅 거래는 자유로운 사적인 거래다. (진경준 검사장은) 등장하지 않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지난 7월 <조선일보>가 제기한,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1300억원대 ‘강남땅’ 거래에 진 전 검사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2009년부터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땅 거래에 나섰던 ㅇ부동산 채아무개 대표는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이런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채 대표에 따르면, ㅇ부동산은 2009년 3월 다른 부동산으로부터 강남땅을 소개받은 뒤, ㅈ부동산 쪽의 요청으로 이를 공동 중개하기로 했다. ㅈ부동산은 2011년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거래 당시 우 수석 쪽의 중개인이었다. 하지만 ㅈ부동산이 거래를 성사시킨 뒤 중개수수료를 나눠주지 않자, 채 대표는 이에 불복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채씨의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는 지난 2일 <한겨레>와 만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채 대표가 중개수수료 문제로 ㅈ부동산에 따지러 간 자리에서 김아무개 대표가 진 전 검사장이 개입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채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가 ‘사인 간 거래에 왜 (진경준) 검사가 끼느냐’고 따지자, ㅈ부동산 김 대표가 ‘매형이 이아무개 변호사다. 법조계 인맥을 통해 (진 검사와) 연결이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 수석 쪽에서 거래를 대리하고 성사시킨 ㅈ부동산이 인맥을 통해 진 전 검사장과 연결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ㅈ부동산은 거래 경력 등을 볼 때 1300억원대 거래를 성사시킬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아왔다.
ㅈ부동산 김 대표와 인척 사이라는 이아무개 변호사는 4일 <한겨레>와 만나 “이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는 ㅈ부동산 김 대표와 실제로 처남·매형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강남땅 거래 의혹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강남땅과 관련해 검찰이 소환 조사한 것은 진 전 검사장과 김정주 전 엔엑스시(NXC) 대표, ㅈ부동산 김 대표와 우 수석 처가 쪽 재산 관리인인 이아무개 삼남개발 전무 등이다. 이들은 모두 의혹의 당사자이거나 우 수석의 측근, 혹은 거래가 성사돼 이득을 본 이들이다. 모두 우 수석과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인물들이다. 설사 진 전 검사장이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진술할 이유가 없는 이들이다.
검찰은 한 달여 전인 8월말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으나, 이들에 대한 조사를 주로 최근 일주일 새 진행했다. 진 전 검사장과의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ㅈ부동산 김 대표도 잠적해 있다 최근에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따로 계좌추적을 하거나 뒷돈이 건너간 정황 등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 넥슨 쪽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이들만 불러 조사하면서, 이들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채 대표의 존재를, 그의 소송 판결문 등을 통해 일찍부터 파악하고도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수사팀은 채 대표의 소송 기록을 모두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대표는 “검찰이 불렀다면 진작 나갔겠지만, 그동안 검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겨레>가 채 대표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묻자 뒤늦게 6일 그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허재현 최현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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