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속 트레이너 3인방처럼
포켓몬 잡으러 속초로 달려간
기자 3인방 ‘포켓몬고’ 체험 취재기
"우리도 속초 갈까? 포켓몬 잡으러?”
점심을 먹다가 누군가 뱉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의 열풍이 대한민국에서도 하필 속초에만 상륙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에선 ‘기본’으로 제공되는 포켓몬 한마리를 잡고나면 무용지물인 게임이었다. 감질났다.
물론 ‘가도 될까’하는 생각은 회사를 나서고,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미시령 터널을 지나는 순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걱정은 크게 세가지였다.
1. 속초에 갔는데 알려진 것과 달리 포켓몬이 없으면 어쩌나.2. 우리가 나름 ‘품격있는’(?) 언론사인데 게임하러 출장을 가도 될까?
3. 그래서, (기사를, 영상을) 뭘 보도하나? 만만하지 않은 걱정거리였다. 동시에 회사 책상 앞에 앉아서는 하나도 해결할 수 없는 과제였다. ‘큰맘’을 먹기로 했다. “저희 속초 갈게요. 셋 다.” 전화 속에서 에디터의 짧은 침묵을 느꼈다. "…그래, 갔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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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인제 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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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얘들을 잡으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누구도 알 리가 없다. 기자들은 단순하다. “일단, 서울에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니, 터미널로 가보자.”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할 때였다. "어, 떴어요!!”
썰렁하던 2D 화면이 카메라 렌즈 속 현실의 화면으로 바뀌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포켓몬이 나타났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작동한 것이리라. ‘영광스런’ 첫 포획물(?)은 슬리프라 불리는 포켓몬이었다. 상대를 최면에 들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뭐 그런 것까지 세세히 알 필요는 없는 것 같다만. 슬리프를 시작으로, 거의 1분 간격이었다. 3㎞ 남짓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반가운 포켓몬들은 시도때도 없이 우리 스마트폰에 나타났고, 이어 현실의 화면 속에 등장했다. ■ 누군가에겐 ‘향수’일 수도… 이제 사람들을 만나볼 차례였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지만 차마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겠더라. 멀리서 보면 딱 알 수 있다.”
tvN ‘더 지니어스’에 출연해 유명해진 프로그래머 이두희씨가 속초를 다녀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떠올랐다. ‘딱 보면 알 수 있다’는 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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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고속버스터미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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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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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엑스포공원에서 만난 아프리카tv BJ 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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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속초에 ‘도전’하시렵니까? 수요일(13일) 저녁, 포켓몬들이 상륙한 속초는 이랬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목요일 오후,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도 아들과 부인을 앞에 둔 30대 아빠는 “야, 잡았다!”를 외치는 중이다. 14일 아침엔 안드로이드폰을 기준으로 포켓몬고의 이용시간이 ‘공룡’ 페이스북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포켓몬들을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한민국이 또 어떻게 들썩일지 궁금하다. 속초에서 ‘맛을 본’ 이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일 지도 모르니. 확실한 건 일단, 남은 올해 여름은 속초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 포켓몬고가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 더 확실한 건, 이번 주말 속초는 포덕들로 바글바글할 것이라는 것. 썰렁한 ‘포켓몬 저장고’ 때문에 애가 타거든 속초행을 도전해보시길. 속초/박현철 황춘화 김지숙 기자 fkcool@hani.co.kr
PS. 한겨레 SNS팀원들의 ‘한줄’ 취재후기와 별점
박현철 포켓몬들을 만나고 포덕들을 만날 때까진 좋았다. ★★★★
황춘화 “굳이 뭘 깔아~.” 포덕 무시하다, “나 한번만 해보면 안돼?” 굽신대다, 결국 깔았다. ★★★☆
김지숙 속초 도착한 지 하루. 레벨 7, 몬스터 66마리, 이런 게 바로 꿀출장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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