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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4 15:19 수정 : 2016.08.14 21:43

급진적 정치 개혁 내걸고 10월 조기총선 첫 집권 파란불
젊은층 투표율 높이려 “투표장서 포켓몬고 하게 해달라”
직접민주주의·표현의 자유·투명성 강화·부자증세 주창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오는 10월 조기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아이슬란드해적당 누리집 갈무리

“아이슬란드에서도 ‘포켓몬 고’를 허하라.”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에게 자국에서도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총선에서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도록 투표소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포켓몬고 게임의 몬스터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해달란 이야기다. 엉뚱해보이는 이런 요청에는 해적당의 총선 승리 자신감이 배어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오는 10월29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면서 집권 가능성에 바짝 다가섰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온라인 매체 ‘캬닌’의 지난 6월 말 설문조사에서 해적당은 지지율 28.3%로, 현 집권당인 보수 성향 독립당을 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정치분석가 대다수는 해적당이 차기 총선에서 전체 의석 63석 가운데 18~20석을 얻어 제1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유럽에서 사상 최초로 해적당이 집권당으로 등장하게 된다. 해적당은 아이슬란드 말고도, 스웨덴과 독일 등지에서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으며, 2011년 독일 지방선거에서 베를린 시의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비르기타 욘스도티르(49) 해적당 대표는 <가디언>에 “우리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 이상하고 흥미롭지만, 우린 충분히 준비가 돼있다”며 “이런 변화는 공포가 아니라 용기와 희망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우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 포퓰리스트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2012년 지적재산권의 배타적 독점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 운동가들과 해커들을 주축으로 출범한 정당으로, 이듬해 총선에서 3석을 차지하며 의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슬란드대 정치학자 에바 헤이다 왼뉘도티르는 “당시 해적당의 득표는 기성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저항의 분출이었지만, 3년 뒤인 지금 해적당은 명백히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혹 그들이 모든 분야에서 선명한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한다 해도 사람들은 새로운 민주주의와 투명성 강화라는 그들의 주장에 진지하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적 깃발이 당기인 해적당은 직접민주주의, 정치적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무제한적인 참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의 무제한 보장, 부자 증세, 마약 합법화, 인터넷 자유화 등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자유주의 가치를 옹호한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으로 미국의 무차별 도·감청을 폭로한 뒤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국 내 망명을 받아들일 것도 주장한다.

욘스도티르 해적당 대표는 “우리 당이 내건 ‘근본적인 체제 변화’에 동의하는 어떤 정치세력과도 연정을 구성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은 집권 보수 독립당은 연정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정치학자 왼뉘도티르는 “해적당이 이번 총선에서 20~25%는 거뜬히 득표하리라 본다”며 “앞으로 그들의 성공 여부는 실제 집권 이후 어떤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총선에선 독립당이 19석을 확보하고 진보당과 손잡아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전세계 탈세 의혹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되고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 부부의 조세 회피 사실이 들통나면서, 집권 연정은 거센 퇴진 압박에 몰렸다. 독립당은 올해 안 조기총선을 약속하고서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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