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7.17 17:47 수정 : 2016.07.17 23:09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거리에 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밤 벌어진 군부의 쿠데타를 ‘실패한 쿠데타’로 규정하며 주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경고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언론·인권 억압 권위주의 통치자
이슬람 내세워 서민층 지지 장악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거리에 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밤 벌어진 군부의 쿠데타를 ‘실패한 쿠데타’로 규정하며 주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경고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쿠데타가 진압된 16일 아침, 이스탄불 거리에 빵을 사러 나온 세다트 데미르잔(57)은 목소리를 높여 간밤의 쿠데타 시도를 비난했다. 그는 “나 역시 에르도안 대통령이 물러나길 원하지만, 이런 방식은 안 된다. 쿠데타가 일어날 때마다 터키는 항상 10년, 20년 퇴행해왔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반대하지만, 쿠데타는 더 싫다’는 데미르잔의 태도는 쿠데타가 진압된 뒤 터키 민심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은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헌법의 구세주’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으며, 이를 토대로 정적을 축출하고 헌법 개정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했다. 실패한 쿠데타가 언론 탄압, 여성인권 억압 등 강력한 이슬람주의 정책을 펴오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쿠데타와 자신의 정적을 연관시키며 강력한 처벌을 경고했다. 16일 새벽 4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란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지도자이자 자신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에 대해서도 ‘쿠데타의 배후’라며 미국 정부에 추방을 요구했다. 쿠데타 주모자 처벌을 위해 사형제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1994년,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에르도안은 카리스마적 통치, 경제 부흥, 강력한 이슬람주의 정치를 통해 서민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어온 인물이다. 젊어서부터 군부 중심의 세속주의적 정치를 비판하고 이슬람주의 정치 운동을 이어온 에르도안은 2001년 이슬람계 정당이자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당 대표가 됐다. 이후 총리를 역임한 그는 2014년 터키 사상 처음 실시된 직선제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터키는 헌법상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에르도안은 취임 이후 강력한 실권을 휘둘렀다.

통치기간 내내 세속주의 성향이 짙은 군부 장악에 주력해온 그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폐간하고,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며 ‘술탄(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절대 군주)의 재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터키의 인권 실태는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2014년 8월 에르도안 집권 이후 거의 사문화된 법조항이었던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이 무려 1845건에 이른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과 언론에 대해 강도 높은 폭력이 존재한다”며 터키를 ‘언론 자유가 없는 국가’로 분류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2015년 터키 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하고, 미디어와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며, 언론인들에 대한 감시 역시 심각해졌다”며 전례없는 인권 침해 사례를 비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패한 쿠데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를 정당화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앤드루 보엔은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은 쿠데타 직후 빠르고 무자비하게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해나갈 것이며, 터키의 민주주의를 살린 것은 터키 헌법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헌법 개정을 주장할 것”이라 경고했다. 현재 에르도안은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현재의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