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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8 17:26 수정 : 2016.07.18 21:54

쿠데타 가담자 7500여명 구금
군부 힘빼고 대통령 권력 키울듯

유럽국가, 미국과의 관계도 복잡해져
비판세력 타압, 이슬람화 한계 있을 듯

17일 밤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모인 시위대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며 군부 쿠데타 진압을 자축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이번 쿠데타는 신이 내린 선물이다. 이 기회를 통해 군부를 깨끗하게 씻어낼 것이다.”

16일 새벽 4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천여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쿠데타 진압 뒤 군인 6038명 등 7543명이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구금되고, 법조인 2745명이 해임되는 등 이날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8일 전했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지방 주지사 등 고위 공무원과 경찰 등 8777명도 정직됐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터키 당국자의 말을 빌려 “수사 당국은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쿠데타 성공 뒤 정부를 구성할 인물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주모자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에르도안이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군부와 사법부의 반대세력을 정리하고 대통령 권한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와 유럽 사이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에르도안은 17일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오는 10월 열리는 유럽연합과 터키의 비자 면제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터키는 2004년 사형제를 폐지했는데, 이는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개혁 조처 중 하나였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문제·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18일 “사형제를 도입한 국가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여부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터키 정부는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귈렌의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터키가 귈렌의 범법 행위에 대한 적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송환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더해 미군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사용하던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의 터키 사령관 등이 쿠데타 가담 혐의로 체포되면서, 이슬람국가 격퇴 작전을 벌이던 연합군의 전술에도 차질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방국가들은 특히 에르도안의 이슬람주의 색채가 강화되면서 터키가 ‘유럽’이 아닌 ‘중동’에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르도안이 정적 숙청에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 억압과 이슬람화를 밀어부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터키 국민들이 쿠데타에 강하게 저항한 데 대해 17일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결실”을 들었다. 에르도안은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했지만, 국민들은 쿠데타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그를 비판했던 방송사가 그의 인터뷰를 내보내 쿠데타 반대에 한몫하는 등 그가 탄압했던 민주주의와 언론이 그를 보호한 셈이 됐다. 이스탄불의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코레이 수제르(25)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상의 쿠데타보다 낫다”고 말했다. 터키 국민들은 쿠데타 이후 사회가 경색되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한 데다,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처음 정권을 잡았던 2001년 300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만에 1만달러로 급성장하는 등 경제개발의 수혜를 입으면서 쿠데타와 같은 과거 회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스탄불의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한 누리 도넨은 “쿠데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힘으로 통치할 수 없다. 국민들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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