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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0 17:06 수정 : 2016.07.20 17:24

교육계 1만5200명 직위해제
군·공무원 등 합쳐 5만명 숙청

1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쿠데타 시도 규탄 시위에서 사람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실패한 쿠데타를 빌미로 사회 전방위에 걸인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사법부에서부터 교육계까지 체포되거나 축출당한 이들의 숫자를 모두 합치면 5만명에 이른다.

터키 정부는 19일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온건 이슬람주의자 펫훌라흐 귈렌과의 연루 가능성을 이유로 교사 및 교직원 1만5200명을 해고하거나 직위해제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휘리예트>는 터키 정부가 ‘펫훌라흐주의 테러 조직’(FETO)과 연루된 혐의를 이유로 들어 사립학교 교사 2만1000명의 교사 자격증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귈렌의 사회교육운동 조직인 ‘히즈메트’(봉사)를 정부를 전복하려는 ‘펫훌라흐주의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터키 고등교육위원회는 별다른 설명 없이 전국 모든 대학 학장 1577명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

정부 조직에서의 숙청 바람도 거세다. 터키 정부는 19일 하루에만 총리실 직원 257명, 내무부 8777명, 재무부 1500명, 종교청 492명을 해고하거나 직위해제했다. 터키 국가정보국(MIT) 직원 100명도 직위해제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15일 쿠데타 발생 뒤 군인 6000명을 체포하고 경찰 9000명을 해고했으며, 판사 3000명을 직무정지했다. 터키 정부는 귈렌과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 24곳의 허가도 취소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귈렌이 “테러 조직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귈렌 추종자들)을 뿌리째 도려내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과 귈렌은 원래 동지적 관계였으나, 에르도안이 이슬람주의와 권위주의적 색채를 강화하자 귈렌이 이를 비판하면서 2010년께부터 사이가 틀어졌다. 에르도안은 자신의 측근에 대한 부패 수사를 벌였던 사법부도 귈렌에 의해 조종된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터키 정부는 1999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머물고 있는 귈렌을 미국에서 추방해 터키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 정부 대변인은 “이번 쿠데타 시도에 그(귈렌)가 관련되어 있다는 강력한 추정이 있다. 충분한 근거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이의 전화통화에서, 에르도안이 귈렌 추방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의 대규모 숙청이 쿠데타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 아니라 쿠데타를 빌미로 자신의 반대파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유럽의회 의장 마틴 술츠는 “터키 정부가 복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터키가 크게 분열돼 있다”며 “에르도안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 갈등은 독일 (터키인 사회)에서도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터키 정부에 “법치주의와 인권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한편, 터키 참모본부는 쿠데타 시작 5시간 전 국가정보국으로부터 쿠데타 모의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19일 밝혔다.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은 정보에 따라 군에 장비이동 금지명령과 기지 폐쇄명령을 내렸다. 쿠데타 기도를 사전에 몰랐다는 그동안의 터키 정부 설명과는 다르다.

터키 국민 10명 중 3명은 쿠데타를 에르도안의 자작극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조사업체인 스트리트비스가 터키인 283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47%가 쿠데타 배후로 귈렌을 꼽았지만, 에로도안을 꼽은 이도 32%였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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