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1 16:35
수정 : 2019.06.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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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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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8월 누진구간 확대 공급약관 논의
21일 오전 11시 회의 열어 3시 ‘보류’ 해산
“추가 논의 필요…이른 시일 내 다시 회의”
정부 지원 불분명, 소액주주 ‘배임’ 반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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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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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기요금을 가구당 1만원 안팎씩 낮추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정부 정책에 따른 비용 3천억원을 상장 공기업이 떠안게 되는 것은 배임이라는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김종갑 사장과 상임이사 7명, 비상임이사 8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지난 18일 최종 권고된 개편안을 반영해 기본공급약관을 개정할지 논의한 끝에 의결을 보류했다. 이날 오전 11시 시작한 이사회는 오후 3시께 마무리됐다.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비상임이사·서울대 공대 명예교수)은 “이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와 다른 궤도를 그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극한 폭염이 닥친 지난해 여름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기요금 인하를 지시한 바로 다음 날 오전 당·정 협의에서 누진제 구간 확대 논의가 이뤄지고 곧장 한전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1년 전과 달리 이날 한전 이사회가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한 것은, 이번엔 일회적이 아닌 상시적 여름철 누진 구간 확대 안건이 올라온데다 추가 손실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한전에 최종 권고된 누진제 개편안은 7∼8월에 한해 ㎾h당 93.3원이 부과되는 1구간을 0∼200㎾h에서 0∼300㎾h로 확대하고, 187.9원이 부과되는 2구간을 200∼400㎾h에서 300∼450㎾h로 옮기는 방안이다. 450㎾h 이상 3구간에는 280.6원이 적용된다. 여름철 기온이 평년 수준이라면 1541만 가구가 월평균 9486원 할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신, 한전은 매년 2536억원을 추가로 짊어져야 한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비슷한 방식으로 누진 구간이 한시 확대된 결과 3587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정부는 한시 할인 시행을 앞두고 ‘정부 예산으로 한전 손실을 보전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요금 인하 생색은 정부와 정치권이 내고 부담은 한전이 떠안은 꼴이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3일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나 예산 심의권을 쥔 국회와 논의가 이뤄진 상태가 아니라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또 요금에 연료비 등 원가를 제때 반영하거나 과도한 공제를 줄이는 등의 요금제 추가 개편이 아닌, 일회성 수백억원 재정 지원에 그친다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전 사외이사인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는 이사회 회의에 앞서 “에너지도 소비재이므로 원가 반영과 이용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복지 정책이 필하면 정부가 별도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한전 소액 주주들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할인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들을 배임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한전은 주주 반발이 커지자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 이사회 의결이 배임에 해당하는지 로펌 2곳에 의뢰해뒀다. 한 한전 이사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부 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전이 매년 추가 부담을 지겠다고 결정하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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