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실상 청산절차로

회계법인 “청산가치 1조7900억원’
존속가치는 따로 산정하지 않아
한때 국내 1위·세계 7위 해운사 사라질듯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정식 회생절차를 밟지 못한 채 끝내 청산될 공산이 커졌다.

한진해운을 실사해온 삼일회계법인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1조7900여억원으로 추산했다. 존속가치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한덕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산가치를 1조7900여억원으로 산정한 실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산가치는 기업의 남아있는 모든 유형자산을 시가로 계산한 금액이다. 기업이 계속 존속할 경우에 기대할 수 있는 존속가치는 따로 산정하지 않았다. 한 부대표는 “10월께 실사 중간보고 때 존속가치를 90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이후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이 중단되고 미국 롱비치터미널까지 매각되면서 존속가치는 이제 산정도 불가능하고 산출하는 의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청산가치가 훨씬 크다는 판단은 영업을 계속하기보다는 자산을 정리해 파는 게 채권자 등에게 유리하다는 얘기가 된다.

재판부는 이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청산 여부를 결정하는데, 외부 실사 회계법인이 존속가치조차 제시할 수 없는 사업 여건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청산절차 개시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최종 결론은 내년 2월초에 나올 예정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개별 기업의 재무가치 이외에 한국 해운산업의 장래를 고려해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청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진해운은 빌려쓰던 선박의 90% 이상을 이미 반납·처분했고, 상당수 인력이 내년 1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대한해운으로 흡수된다. 주요 자산인 미주·아시아 노선은 대한해운에 매각됐다. 삼라마이더스그룹으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직원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 39년간 ‘무역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으로 세계의 바다를 누빈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라는 위상을 지녔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 업황이 악화일로에 들어서며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 8월3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지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법원에 신청했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대형 컨테이너 국적 선사는 현대상선만 남게 된다. 이날 한진해운 주가는 이틀째 급락해 전날보다 20.78% 하락한 408원에 장을 마쳤다.

조계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