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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9 20:33 수정 : 2016.09.09 20:4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이춘재
사회에디터석 법조팀장 cjlee@hani.co.kr

고교 동창인 횡령·사기 혐의 피의자와 오랜 ‘스폰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에 대해 검찰이 강도 높은 감찰에 나섰다. 지난 5일 <한겨레> 특종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사 4명, 수사관 10명 규모로 구성된 특별감찰팀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김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검사들도 조사 대상이다. 김 총장은 ‘잘못이 드러난 이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하게 처벌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역시 <한겨레> 특종 보도로 시작된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그를 참모로 두고 있던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당시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도 ‘어느 집 개가 짖나’ 하는 태도였다. 공직자 재산신고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소관 사항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다른 법무부 고위 간부들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마치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김 장관이 당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진 전 검사장을 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검찰이 형편없이 망가지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을 취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수사가 한창인 6월에 서울서부지검의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 등을 만나 수사 관련 얘기를 나눴다. 담당 검사는 김 부장검사가 피의자한테 1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에 대한 조사를 미루고 있었다. 만약 법무부가 추상같은 감찰로 진 전 검사장을 엄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서부지검이 김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 비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장관의 서슬퍼런 의지에 단단히 긴장했을 테니 감히 김 부장검사를 만날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오전 운영위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증인채택 논의 중에 귀엣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수남 총장의 엄정한 감찰 지시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결기’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 비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과거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서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곧바로 사표를 던진 이명재 전 검찰총장(박근혜 대통령 특보)과 차이가 난다. 이 전 총장은 검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검찰 원로로 꼽힌다.

‘진경준-김형준’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검찰 조직이 내부 비위 사건에서도 강자한테 약하다는 것이다. 먼저 김형준을 보자. 그는 익히 알려진 대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다. 박 전 국회의장은 유력 정치인인 동시에 검찰을 대표하는 원로이기도 하다. 김 부장검사의 출세가도는 ‘장인 덕’이라는 말도 나온다.

진 전 검사장도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연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의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그가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한 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에 관여했다는 것은 법조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진 전 검사장이 엠비(MB) 정부 때 승승장구한 배경이다. 그는 김현웅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배경이 든든한 검찰 간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섣불리 감찰에 나설 수가 없다. 감찰에 나서려면 검찰 수뇌부의 ‘깐깐한’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감찰에 나섰던 검사들이 검찰 인사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검찰 수뇌부는 자신의 출세에 보탬이 되지 않는 ‘골치아픈 사건’을 만들기 싫어한다. ‘진경준-김형준 사태’는 바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검사들은 말한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내부 비위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처벌이다. ‘검사의 피는 차갑다’라는 공허한 수사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바로미터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수사다. ‘대통령’이라는 역대급 ‘빽’을 자랑하는 우 수석의 비위 행위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에 검찰의 운명이 달렸다. 벌써부터 검찰 주변에서는 우 수석을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봐주기 수사’를 합리화하려는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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