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11 20:15
수정 : 2016.09.11 23:18
김무성·김문수 이어 이정현
“과감하게 논의 테이블 올려야”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설에
청와대 “사실 아니다” 부인
그동안 여권 일각에서만 제기됐던 ‘핵무장’ 주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층 커지고 있다. 핵무장론의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북한 핵실험으로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안보 의제를 선점해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11일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핵무장론에 가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도발에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항상 예외로 해왔던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 과감하게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핵무장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또 “(핵무장과 관련해) 이미 많은 국내 전문가와 국민 사이에 ‘(대북 안보태세가) 이런 정도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꼭 한번 공론화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여당 대표의 갑작스런 ‘핵무장 공론화’ 발언에 이어, 이날 오후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가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정치권이 술렁였다. 전술핵은 야포나 단거리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말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1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전술핵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었다. 청와대는 ‘전술핵 배치 검토’ 보도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발 핵무장론이 전술핵 재배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대선주자들 중에선 김무성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핵무장론을 지지하고 있다. 국회 내 대표적 핵무장론자인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도 12일 자신이 주도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핵포럼) 긴급 간담회를 열어 핵무장론 공론화에 나선다. 이 간담회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다.
야당은 핵무장론에 대해 ‘현실화되어서도 안 되고, 현실화될 수도 없는’ 극단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전시작전권도 가지고 있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원칙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일부 강경파들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의 당 대표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도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며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 자위적 핵무장론은 정당성도 현실성도 없는 주장”이라며 “일본 등 동북아의 연쇄 핵무장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위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이 부족하다며 자체 핵무장을 말하는 건 공포에 사로잡힌 자들의 극단적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석진환 이세영 박승헌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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