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라오스 비엔티안 순방 중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파악되자 현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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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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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북한 규탄과 야당 성토밖에 모르는 ‘안보 무능’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열린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했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향해 “대안 없는 정치 공세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관련 정부 부처에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지시했다.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사태를 맞이해 박 대통령이 보이는 태도라고는 북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야당에 대한 공격, 국민을 향한 일장 훈시뿐이다.
유능한 정부라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언제부터 예상하고 어떻게 대비해왔으며, 앞으로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러지 못한 것은 정부가 북한 추가 핵실험에 대비도 하지 못했고 현실적 해법도 전혀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실시된 날 국무총리와 통일부 장관이 서울을 비우고 있다가 허겁지겁 돌아온 것부터 정부의 부실 대응은 확인된다. 그렇다 보니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북한을 향해 격렬한 비난을 토해내고, 안보를 앞세워 국내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정부 ‘무능함’의 현주소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격앙된 국내 여론을 활용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도 너무 속 보이는 태도다. 야당을 비롯해 많은 국민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올바른 북핵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 간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틈탄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사드를 배치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일 것처럼 말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국내 불순세력” 운운한 대목은 더욱 위험하다. 사드 문제를 비롯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불순세력’ ‘사회 불안조성자’로 보는 것부터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관련 부처에서는 ‘불순세력 박멸 계획’을 내놓고 수선을 피울 게 뻔하다. 자칫 우리 사회에 ‘공안통치’의 광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우병우 사태’를 비롯해 각종 국정 난맥상으로 레임덕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으로서는 안보위기를 빙자해 정국을 뒤엎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우리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겨 안보태세를 약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얄팍한 수로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넘길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대책 없는 고함이나 일장 훈시가 아니다. 이 정권이 ‘안보 무능’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박 대통령 본인부터 냉정함을 되찾고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청와대 영수회담, 북핵 위기 초당적으로 대처하라
우리 정치권은 북한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한목소리로 북의 위협에 대처하기보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내부 갈등에 에너지를 탕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성공해 사실상 핵무장 국가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그런 조짐은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수뇌부가 사드 배치를 강력히 비판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안보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면서도 사드에 대해선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당 역시 북한의 5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점이다. 우상호·박지원 등 야당 원내대표들이 사드 배치를 공개 비판한 정 의장과 함께 미국 정·관계 인사들에게 사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논란을 일으키고, 여당이 이를 문제 삼아 대야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미 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 조장에 온힘을 쏟아 온 북한에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5000만 국민의 생명이 볼모로 잡힌 백척간두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민의 이해를 제대로 구하지 않은 잘못은 따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도발 수위를 극대화한 북한에 철통 같은 대비태세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자멸일 뿐임을 북한이 피부로 느끼게끔 주변국들과 손잡고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부터 한마음으로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야당이 행동으로 ‘안보 정당’임을 보여 수권능력을 입증할 때도 지금이다. 추미애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오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한다. 부디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 도발을 규탄하고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대승적 자세를 보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추천 도서]
이강래 지음, 폴리티쿠스 펴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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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김태우 지음, 명인문화사 펴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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