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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3 16:35 수정 : 2016.09.23 21:58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정부 고위당국자가 22일(현지시각) “(북한이)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계속 살인하겠다고 하는데, 그 피해를 보는 이웃들이 ‘빨리 대화로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하면 그 범죄자가 어떻게 생각하겠냐”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재와 함께 대화를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면서 “(범죄자가) ‘언제든 나쁜 짓하고 대화하면 되겠네’하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과거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대화로 응답하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을 ‘살인자’로 비유하는 것은 도넘는 비유일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의도에 냉정한 분석보다는 감정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할 때는 북핵 개발 속도를 최소한 늦추거나 정지시켰다는 대다수 한·미 전문가들의 평가와도 어긋나 사실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막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고위당국자는 또 “북한이 70여년만에 큰 홍수로 수백명이 피해 당하고 수많은 이재민이 양산됐는데도 북 정권은 그런 와중에 핵실험을 감행하고 최근에는 유엔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 개발 때문에 홍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행한 제7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상습 위반을 거론하며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한 국가는 없다는 점에서, 국제 ‘여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또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더 이상 불처벌이 허용돼서는 안 되며 이제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이어 인권 분야에서도 (유엔의) 제재가 구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제재와 관련해 “앞으로 미국 행정부에서 상당히 강한 추가조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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