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5 16:45
수정 : 2016.09.25 19:32
현장에서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여러 북핵 해법 중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듯한 보도가 국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의 지인이 “정말 미국이 선제타격을 검토하냐”며 우려하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다.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국내 언론에 보도된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22일(현지시각) 발언을 보자. 백악관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한 미국 기자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냐. 예를 들면, 선제타격 같은 것”이라고 물었다. 어니스트 대변인의 첫 답변은 “글쎄, 그런 거 없다”(Well, I don’t have any)였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그냥 일반적으로, 북한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선제적 군사행동은 어떤 것이든 작전 차원의 문제라 미리 논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선제적 군사행동은 없지만, 있어도 보안상의 문제로 기자들한테 얘기해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배어있다. 이를 두고 미 행정부가 대북 선제적 군사행동을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풀이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조는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확인된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좀더 일반론적으로 얘기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특히 최근 핵실험의 여파 뒤에 ‘국제사회가 북한을 더 고립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내가 알기로 유엔에서 추가적인 조처에 대해 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논의하고 있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새로운 내용도 아닐 뿐 아니라 선제타격과도 거리가 멀다.
노파심에 미국 행정부의 논의 과정에 밝은 대북 전문가에 물어봤다. ‘미국 행정부에서 선제타격까지 검토할 것 같지는 않다’고 의견을 얘기하자 “당신이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답변이 왔다. 워싱턴 외교소식통한테도 물어봤다. “주목하지 않아도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선제불사용 선언까지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웃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선제타격론을 처음 거론한 것은 한국 국방부였다. 국방부는 공식브리핑에서 “자위권적 차원에서 충분히 대북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실성도 없는 ‘말폭탄’으로 국민을 되레 불안하게 만들고 북핵 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려는 이런 분위기에 언론까지 나서 부화뇌동할 필요가 있을까?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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