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5 16:32
수정 : 2017.08.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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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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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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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에 처한다.”
25일 오후 3시26분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이 선고되자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표정 변화 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66)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은 선고가 끝난 뒤 법정 구속됐다.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재판부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 등)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 5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스포츠기획팀장(전무)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 뇌물 사건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진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쪽에 433억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최순실씨의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은 213억원 중 실제로 지급한 돈(78억원)의 일부인 73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만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은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고 박 전 대통령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관여했다”면서도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은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책정한 재단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였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결국 뇌물혐의로 기소된 413억원 중 89억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이 중 81억원에 대해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 특정경제범죄법의 재산국외도피액이 기소된 79억원 중 37억만 인정되면서,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12월1일 박영수 특별검사의 임명 뒤 본격화된 삼성 뇌물혐의 수사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28일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기소 뒤 178일 동안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는 특검과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한 가공의 틀”이라는 삼성 쪽 변호인이 53차례 열린 재판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뇌물을 준 이 부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돈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처벌 가능성도 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이 부회장의 선고가 있던 시간에도 열리고 있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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