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5 12:05
수정 : 2018.06.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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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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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36억5천만원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전달 혐의
재판부 “국고손실·횡령 혐의는 유죄… 뇌물 혐의는 무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 대가 바라고 상납했다 보기 어려워”
‘특활비 수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끼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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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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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는 각 징역 3년6개월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전직 국정원장의 특활비 공여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징역 3년,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연간 40억원이 배정된 국정원장 특활비는 국가기밀 보안업무 등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용도가 정해져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대통령에게 지급하는 행위는 설령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할 목적이라 하더라도 위법하다. 무엇보다 해당 예산이 안전보장에 사용되지 못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며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국정원장들에 특별사업비를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정원장들과 공모해 국고손실과 횡령을 저질렀다”며 해당 혐의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준 시기는 피고인들이 국정원장에 임명된 직후로, 이들이 전부터 국정원장직을 원했다거나 이를 부탁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정원 현안 처리에 대한 대가성 여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 요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관계다. 박 전 대통령 요구로 특활비를 지급한 것이지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뇌물 공여 혐의를 무죄로 본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의 결론은 공여자가 대통령에게 개인 돈을 전달하면 뇌물이 되고 나랏돈을 횡령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니라는 비합리적 논리에 이르게 된다”며 “현실에서 뇌물 사건은 요구에 의한 것이 다수이고 요구에 따른 것이라 해도 뇌물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도 요구에 따른 것이었지만 뇌물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뇌물이 아니라 예산지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청와대와 국정원 간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무엇보다 수수한 자금의 용도가 삼성동 사저 관리비, 치료비 등에 사용된 점을 비춰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청와대로 매달 5천만원을 보내달라” 요청을 받고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6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이 금액을 두 배로 늘려 매달 1억원씩 2014년 7월~2015년 2월 모두 여덟 차례에 거쳐 8억원을 박 전 대통령에 전달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시절에는 모두 22억 5천만원의 특활비가 청와대로 전달됐다. 모두 합해 36억5천만원의 국정원 예산이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 전달된 셈이다.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특활비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원종 전 실장은 특활비 1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직 국정원장들의 선고 결과는 이들에게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 수수 사건은 남 전 원장 등과 같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에서 심리 중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했다. 선고 결과는 다음 달 20일에 나온다.
특활비 수수와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 대한 선고도 줄줄이 예정돼있다. ‘특활비 전달책’ 역할을 했던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은 21일,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이병기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29일 형량이 결정된다.
관련 재판의 선고 결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또한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모두 7억여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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