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6 21:13
수정 : 2016.12.13 23:08
김영한 전 수석 어머니 “아들 죽음 김기춘·우병우 탓”
“거의 매일 괴로워해…업무서 따돌리고 국회출석 떠밀어”
지난 8월 급성간암으로 황망히 떠난 자리에 비망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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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8개월간 청와대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비망록을 남기고 지난 8월 숨졌다. 지난 2014년 12월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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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탓이라고 6일 밝혔다.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한겨레>와 3차례 만나 “청와대에 들어간 뒤 거의 매일 괴로워했다. 우리 영한이가 민정수석인데 김 전 실장이 업무를 주도하고 (당시)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과 직접 상의를 해서 자존심을 많이 상해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김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이 벌어진 뒤 이듬해 1월 김 전 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지시하자 사표를 냈다. 당시 민정비서관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김 전 수석이 청와대를 떠나자 우 전 수석이 그 뒤를 이었다.
김 전 수석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8개월간 청와대 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를 의미하는 ‘長(장)’이라는 표시 옆에는 정상적인 청와대 비서실 업무로 보기 힘든 지시와 명령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특히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진행,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정윤회 문건이 논란이 된 국회 운영위원회에는 김 전 수석이 출석하도록 등을 떠밀었다.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아들이 청와대를 그만둔 뒤에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러다 급성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 황망해서 유서라도 없는지 싶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한권씩 보다가 이 다이어리(비망록)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10일치 메모에는 유일하게 김 전 수석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듯한 기록이 있다. ‘夢(몽)’이라고 쓴 글자 주위를 점선으로 동그랗게 감쌌다.
김 전 수석은 지난 8월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벽면 한쪽이 책으로 가득한 김 전 수석의 방은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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