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볼 MVP 하인스 워드 선수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아들이 7년전 어머니 곁을 떠나면서 사준 애견 ‘해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김씨의 이런 말이 모두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김씨는 아들이 MVP에 뽑히고, 플로리다와 피츠버그에서 미 국민들이 환호에 휩싸였을 때에도 평소에 나가던 애틀랜타 근교 한 고등학교의 식당일을 빠지지 않고 나갔다. “이렇게 요란하게 된게 벌써 오래 전부터야. 워드가 프로에 가니까 미국 방송과 신문들도 전화하고 찾아오고 난리야. 조용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미 스타 어머니의 처세법을 익힌듯 “그러든지 말든지 뭐 그래라 하는 거지 뭐”라며 초연함을 드러냈다. “똑같은 얘기 뭐하러 자꾸들 물어, 매번 똑같은 얘긴데 전에 것 보고 그냥 마음대로 쓰면되지 뭐”라며 보통사람 같으면 이르기 힘들 유명세나 명예에 대한 초탈함까지 내비쳤다. 어머니 외롭다고 집 떠날 때 애견 '해피' 사드려
|
슈퍼볼 최우수선수에 오른 하인스 워드가 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월드에서 미키 마우스와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부에나 비스타/AFP 연합
|
그러면서도 김씨는 아들 워드에 대한 무한한 자랑스러움과 애정을 잔잔하게 드러냈다. "정말 MVP는 뜻밖이야. 그렇게까지 될 줄은 진짜 몰랐다”고 아들이 미국 최고의 풋볼 선수에 오른 것에 대해 감격해했다. 그러나 "그 때 TV보면서 기분이 어떠셨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좋았지 뭐.."라고 언제나 처럼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듯한 '아들 자랑'은 끝없이 이어졌다. 날마다 아침 7시까지 동네 고등학교 구내 식당에 출근하는 김씨는 오전 6시께면 어김없이 애견 '해피'와 아침 산책에 나선다. 김씨는 아들이 7년전 어머니 곁을 떠나며 '어머니 외로우실까봐' 사드린 '해피'와 둘이 산다. "해피는 7살이야. 워드가 애틀랜타를 떠나면서 강아지 때 가져왔으니까. 엄마 혼자서도 즐겁게 잘 지내라고 해피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지. 이름이 좋아서인지 그새 정도 많이 들었어" 아들이 없는 애틀랜타 생활에서 '해피'와의 아침 산책은 김씨에게 건강 챙기기의 유일한 비법이자 아들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렇게 아드님을 훌륭하게 키우셨느냐"는 질문에는 "키우긴 뭘 키워. 애들 부모 마음대로 되는가. 다 제가 알아서 컸고 제 성품 좋은 탓이지" 어머니도 그렇게 건강하고, 낙천적이시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낙천적이지 못하다"며 "아버지도 아닌 것 같은데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역시 은근히 아들 자랑을 했다. 김씨는 힘들고 외롭고 험난했을 외아들 뒷바라지의 노고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이처럼 "다 아들 탓"이라고 아들을 치켜세웠다. "따져보면 그 애가 다 해나가는 거지 뭐, 내가 하는게 있나.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생활 꾸려나가는 것도 그렇고..." "나의 모든 것은 어머니로부터 왔다"고 말하는 그 아들에 "잘한 건 다 아들 탓이고, 아들이 다 알아서 한다"는 그 어머니 다운 말이다. 아들 워드가 돈벌어서 맨 먼저 어머님께 저택과 벤츠자동차를 사드린 건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애견까지 챙겨주고, 언제 어디서나 어머님 자랑을 빼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듯 했다. “월급 600달러 식당 일 앞으로도 계속할 것”
|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5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제 40회 슈퍼볼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를 21-10으로 대파한뒤 피츠버그의 하인즈 워드가 어린 아들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아들 워드가 온 미국민들의 환호를 받는 슈퍼볼 MVP의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어머니 김씨는 지금까지 걸어온 낮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스틸러스의 본거지 피츠버그에서 개선 퍼레이드를 벌일 때도 집근처 고등학교 구내 식당에서 언제나 처럼 일했다. 그가 식당 일을 해 받는 월급은 고작 600달러. "얼마 못받아. 워드도 자꾸 그만두라고 하고. 그래도 놀면 뭐하나. 몸 성한 동안은 계속 나가서 일해야지" 김씨는 "몇 년 전 한 두 달 일을 쉬었더니, 못살겠더라"고 했다. 하루 16시간씩 세 가지 일을 거의 한평생 해왔으면서도 워드의 어머니는 여전히 "일하는게 편하다"고 했다. 김씨가 아들이 사준 애틀랜타 근교 스톡브릿지의 저택을 매물로 내놓고, 맥도너의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한데에는 학교 일도 한 요인이 됐다. "왜 아드님이 사주신 좋은 집에서 사시지 그랬느냐"는 질문에 "너무 크고, 여긴 학교도 가깝고 큰 집보다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김씨의 검소함은 옷차림에서도 드러났다. 8일 아침 꽤 쌀쌀한 날씨에도 김씨는 누비 옷에 몸빼 바지 같은 추워보이기까지 할 정도의 허름한 차림새였다. 그래도 그가 백만장자 풋볼 선수 워드의 어머니임을 드러내 주는건 은색 벤츠 자동차. 김씨는 아들이 돈을 벌어 사준 벤츠 자동차를 집에서는 항상 차고에, 학교 주차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곳에 모셔둔다. 벤츠가 그리 흔치 않은 맥도너에서 김씨처럼 '벤츠 타는 식당 아줌마'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한다. 김씨는 아들이 풋볼 영웅이 된 뒤, 밀려드는 전화와 인터뷰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드님에게 언제 전화가 왔느냐"는 질문에 "몰라. 아예 전화선을 뽑아놓았으니까..."라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영웅이 된게 반갑기도 하면서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나는 요란한건 싫어. 조용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김씨는 아들과 한국에 갈 날도 기다려지지만 '엄청나게 유명해졌다는게' 걱정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인 한국 방문에 대해 김씨는 "아들이 4월쯤에 가자고 하는데, 모르겠어. 2월에 갈 지도 모르겠고 아직 안정해졌지"라고 했다. 이기창 특파원 (애틀랜타=연합뉴스) lkc@yna.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