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1 21:12
수정 : 2017.12.02 00:36
트럼프와 두번째 ‘북 미사일’ 통화때
“재진입·종말단계 기술입증 안돼
핵탄두 소형화도 불분명” 강조
북 미사일 기술 의구심 표명하며
‘북 위협행동-미 선제공격’ 견제
‘핵보유국’ 인정땐 협상에도 제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에 관해 ‘개발 완결 단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기본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적 완성도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지만, 미국과 북한에 섣불리 상황을 단정해 극단적 충돌로 가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화성-15형에 대해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 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자 이에 답변하면서 나온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완결 단계에 도달했고, 핵무력 완성을 실현했다”는 북한 정부 성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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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북한 함흥에서 주민들이 배추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함흥/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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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렇게 밝힌 이유는 우선 ‘기술적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국가안보실로부터 화성-15형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국가안보실은 비거리만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지만 실험이 실제 정상 각도로 이뤄지지 않아 대기권 재진입 문제나 종말 단계 정밀 유도, 탄두 작동 여부 등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거리상으로는 확실히 개선됐지만 기술적으로 완성됐는지는 누구도 검토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1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비행 특성과 외형 고려 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판단한다. 정상 각도 발사 시 1만3천㎞ 이상 비행 가능하다”면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과 북한에 섣부른 상황 판단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 당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 아직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한 단계가 아닌 만큼 선제타격 카드를 꺼내지 말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는 동시에 북한에도 더이상의 도발은 사태를 예측불가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발표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완결과 핵 무력 완성”을 인정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인정하면 북한은 핵보유국이 돼 버린다. 이러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을 기정사실화하며 정부에 안보 공세를 펴는 보수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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