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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5 13:22 수정 : 2018.02.05 22:12

세라 머리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감독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정치에 무신경 객관적 평가로 선수 기용
남한 북한 가릴 것 없이 ‘내부경쟁’ 종용
세계적인 감독인 아버지 앤디 조언 큰힘
10일부터 세계 시선 집중된 역사적 경기

세라 머리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총감독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머리 총감독의 머리에 ‘정치’는 없었다. 승부사의 기질만 보였다.

세라 머리(30)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총감독이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1-3 패)에서 냉혈한 용병술을 보이면서 ‘승부사 기질은 어쩔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리 감독은 이날 12명의 북한 선수 가운데 정수현, 김은향, 려송희, 황충금 등 4명을 투입했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기 전 “북한 선수는 1~3조에 들어가기 힘들다”라고 했지만, 정수현을 2조에 넣었고 려송희는 3조에 배치했다. 4조에서는 김은향과 황충금이 뛰도록 했다. 다만 4조의 황충금은 거의 벤치에 머물렀을 정도로 활용도는 떨어졌다.

머리 총감독이 북한 선수를 적극적으로 배치한 것은 남한팀의 핵심인 박은정과 희수그리핀이 가벼운 부상으로 빠진 이유도 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선수를 뛰게하는 지도자로서의 철학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애초 동고동락한 남한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적어도 한 경기 이상 뛸 것은 확실하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에 따라 선수 구성을 달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머리 총감독은 스웨덴과의 평가전 뒤 “지난 몇년간 함께 훈련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속상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한이나 북한 선수들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면 너희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남한이건 북한이건 상관없이 내부 경쟁을 통해 발탁하겠다는 무서운 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포함해 남북이 합의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을 발표하면서 머리 총감독한테 선수 선발의 전권을 줬다. 머리 총감독은 승부를 위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한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들이 처음 내려왔을 때 머리 총감독은 북한 선수의 라커를 남한 선수들 사이에 설치하도록 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방향을 공유했고, 남한 선수 2명이 북한 선수 1명을 상대로 전술노트를 설명해주도록 했다. 북한 선수의 생일 파티에는 직접 참석해 축하해주기도 했다.

머리 감독은 “미팅 때 용어가 달라 영어로 하면 통역을 하고, 다시 북한 선수에 설명해야 해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애환을 소개했다. 하지만 남북 선수들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면서 열흘새 새로운 팀을 조련해냈다. 캐나다 대표팀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감독을 역임한 아버지 앤디 머리의 한결 같은 조언은 큰 힘이다.

머리 총감독은 5일부터 강릉선수촌에 입촌하면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 숙소를 쓰기를 원했다. 하지만 빙상 등 다른 북한 선수단이 내려와 있어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만 따로 남쪽 선수단에 합류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머리 감독의 희망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원팀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뜻이 읽혀진다.

머리 총감독은 역사적인 경기를 앞두고 있다. 4일 단일팀 평가전 때 미디어룸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은 200명이 넘었다. 10일부터 시작되는 평창올림픽 B조 스위스, 스웨덴, 일본과의 경기엔 더 많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남한팀만을 이끌었을 때보다 훨씬 큰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어른들의 ‘정치’ 등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팀’만 바라보는 그에게 두려울 것은 없어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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