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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7 08:18 수정 : 2018.03.07 09:12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에 출전하는 양재림(왼쪽)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가 6일 낮 강원도 정선군 알파인스키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시각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양재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주목할 선수
알파인스키 회전 등 5개 종목 출전
찰떡궁합으로 “전 종목 메달” 목표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에 출전하는 양재림(왼쪽)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가 6일 낮 강원도 정선군 알파인스키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앞이 희미하다.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탄 스키는 가파른 슬로프를 잘도 내려간다. ‘가이드 러너’의 도움이 있어 가능하다. 가이드 러너는 이 시각장애인 스키 선수의 앞에서 눈 노릇을 한다. 그가 형광 조끼를 입고 먼저 출발한 뒤 선수에게 무선 헤드셋으로 끊임없이 게이트와 코스가 어떻게 돼 있는지, 지형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선수는 그의 신호에 따라 속도와 움직임을 결정해 슬로프를 내려간다.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 중에는 오감으로 달리는 시각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양재림(29)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3·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가 눈길을 끈다. 양재림은 몸무게 1.3㎏의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산소 과다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오른쪽 눈의 시력도 비장애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에겐 미숙아 망막 병증에 따른 3급 시각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는 5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권유로 균형을 잡기 위해 스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미대 진학을 위해 한동안 폴을 놓았고, 2009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입학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키를 탔다. 부모는 하얀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 때문에 딸이 오른쪽 시력까지 완전히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스키에 흠뻑 빠진 딸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에 출전하는 양재림(왼쪽)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가운데)가 6일 낮 강원도 정선군 알파인스키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어깨동무를 한 채로 다른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재림은 장애인 겨울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14 소치겨울패럴림픽 무대도 밟았다. 하지만 메달이 기대됐던 장애인 알파인스키 회전 종목에서 넘어지면서 메달권에서 탈락해 좌절을 맛봤다. 대회전에서도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동안 절망감에 빠졌던 그는 운명처럼 고운소리를 만나며 다시 일어섰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3년 동안 스키 선수로 활약하며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까지 지낸 고운소리는 선수 생활을 막 접으려던 때 양재림을 만났다. 2015년 8월이었다. 고운소리는 이화여대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양재림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둘이 처음 출전한 대회는 만난 지 4개월여 만인 2015년 12월 열린 캐나다 월드컵이었고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양재림은 오른 무릎을 다쳤다. 둘은 함께 울고 격려했다. 그리고 2017년 1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회전 은메달, 대회전 동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평창겨울패럴림픽에 대비해 네덜란드 등에서 함께 전지훈련을 했다.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에 출전하는 양재림(왼쪽)과 그의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가 6일 낮 강원도 정선군 알파인스키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정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둘은 이번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 장애인 알파인스키 시각장애인 부문 활강,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슈퍼복합 등 5종목에 출전한다. 전 종목 메달이 목표다. 그중에서도 회전 종목은 내심 금메달까지 기대한다. 고운소리는 “소치겨울패럴림픽 이후 언니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국내 대회인 만큼 코스를 직접 많이 타봐서 적응도 잘돼 있다. 언니가 3년 동안 노력한 땀의 결과를 메달로 보여줘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재림은 “준비를 많이 했고, 국내에서 열리는 겨울패럴림픽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 엄마와 아빠를 비롯해 가족들이 응원 오는 것에 힘을 얻어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평창/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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