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9 23:23
수정 : 2018.01.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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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 셋째)이 9일 저녁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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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3개항 공동보도문 합의
북한 예상넘는 대규모 파견단에
군사 외 각 분야 회담 개최 합의
교류확대로 대화이을 동력 확보
우리쪽 제안 이산상봉 빠졌지만
“다양한 분야 왕래·교류” 문구 넣어
비핵화 대화에는 난관 예상
리선권 위원장 “남측 언론에서
비핵회담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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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 셋째)이 9일 저녁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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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1개월여 만에 마주 앉은 남과 북은 회담 개시 불과 10시간 만에 3개항의 공동보도문 문안에 합의하고, 체육회담·군사당국회담 등 후속 회담도 열기로 했다.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간접대화’ 하는 방식으로 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이견이 있더라도 좁힐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된 데 이어 회담 당일 서해지역 군사통신선까지 연결(1월3일)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새해 달라진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3개항은 크게 평창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 문제로 나눌 수 있다. 남북은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문제와 관련해선 회담 출발부터 성큼성큼 나아갔다. 남쪽이 △평창올림픽 북쪽 대표단 파견 △개·폐막식 남북 공동입장 △공동응원을 위한 응원단 파견을 제의하자, 북쪽은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예술단·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까지 파견하겠다는 ‘파격’으로 맞받아 공동보도문에 담았다. 남북은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대표단이 방남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후속 회담 일정 등은 향후 문서로 협의하기로 했다.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와 별개로 남쪽은 오는 2월 설 명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 위한 적십자회담과 군사분계선상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도 제의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 따라 통일부가 이미 북쪽에 제의해 놓은 내용이다. 북쪽은 애초 ‘계속 논의해가야 한다. 그런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군사당국회담에는 합의했다.
회담을 앞둔 지난 4일 한-미가 전격 합의한 연합군사훈련 연기에 대해 북쪽이 어떤 식으로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였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민족의 거사’로 표현했던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북한이 올림픽 기간 동안 핵·미사일 시험발사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북-미 대화를 위한 잠정적인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훈련) 연기와 관련해 북쪽도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군사훈련 관련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회담 중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는 향후 진행될 군사당국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이 평창올림픽 북 대표단 파견 실무협의를 위한 체육회담과 군사당국회담에 합의하는 한편 남북 고위급회담과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합의(3항)함으로써, 향후 남북 당국회담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2항)하기로 해 민간 차원을 포함한 남북교류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공동보도문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북은 그간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에서 집단탈북한 여성 12명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전제로 내걸어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감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문제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했고, 북쪽도 상당 부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며 “북쪽 나름의 사정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접촉·왕래·교류협력(공동보도문 2항)에 이산가족도 상정하면서 구체적인 표현은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도 난관이 예상된다. 남쪽은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를 재개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쪽은 회담을 하는 동안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런 문제는 기필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앞으로 북남(관계)이 개선되어서 할 일이 많은데 시작부터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오늘 좋은 성과를 마련했는데 수포로 돌아갈 수 있고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올 수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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