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5 22:03
수정 : 2018.03.05 22:32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5일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예상을 깨고 특사단을 신속히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1박2일의 짧은 방북이지만 특사단의 임무는 막중하다. 특사단은 평양에 이어 워싱턴도 방문하기로 돼 있는 만큼, 이들 손에 한반도 운명의 향배가 맡겨져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만들어낸 대화 분위기를 키워나가는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를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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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대북 특사단이 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평양 공항에 도착,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북 특사단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사진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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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평창올림픽 기간에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미국과의 대화에 조속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도 ‘북-미 대화에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북한과 미국이 만날 공통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대화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데 특사단의 성패가 달렸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번 특사단은 집권 이후 가장 주목도가 높은 바깥손님이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향과 시각을 직접 상세히 들을 수 있는 첫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처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북한도 핵무력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완강하다. 그러나 특사단까지 방문한 이상, 북한이 먼저 적극적으로 물꼬를 트는 행동을 보이길 바란다. 우선 대화로 가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비핵화의 여러 단계 중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핵과 장거리미사일 추가 실험 중단 의사를 밝히는 것이 문턱 낮추기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방안은 이미 문 대통령이 김영철 일행을 만났을 때 전달했다고 하니 북한도 숙고했을 것이다. 특사단은 북한이 ‘북-미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성의를 보이면, 이 메시지를 가지고 다시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사단이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이어 미국으로 가는 이유를 북한은 깊이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이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멀어지고 한반도는 다시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 복원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는 하지 말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면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특사단이 평양을 떠나기 전까지 비핵화의 대략적인 밑그림이라도 보여준다면 남북관계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고 북-미 대화의 문은 더 넓게 열릴 것이다. 북한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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