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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30 10:27 수정 : 2018.02.01 16:59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페이스북에 지난해 검찰 게시판에 올린 글 소개
“피해자에게 감찰 협조 설득나서자 검사장이 불러
어깨 두드리며 ‘성추행인가’ 반문하며 화를 내
검찰 내 성폭력, 감찰·인사 문제 모두 담긴 사례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 바로 세우는데 자양분되길”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 관련,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당시 검사장이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고 호통쳤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임 검사는 서 검사의 피해 사실을 알고, 서 검사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했다.

임은정 검사는 29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24일 자신이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글을 소개했다. 이 글은 당시 임 검사가 상가에서 발생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전해들은 뒤, 이후 감찰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고발한 글이다.

“어느 검사의 상가에서 술에 만취한 법무부 간부가 모 검사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황당한 추태를 지켜본 눈들이 많았던 탓에 법무부 감찰 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었어요. 가해자와 문제된 행동은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니 좀 확인해 줄 수 있느냐고...

제가 검찰 내부 소문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라 웬만한 소문들은 금방 저에게 몰려오거든요. 당연히 저는 피해자를 곧 특정하여 피해자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했습니다.

가해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게 느껴져 한참을 설득했는데도, 그 검사님은 피해 진술을 한사코 거부하더군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 후 이야기를 더 하기로 하고 이야기가 잠시 중단되었는데, 그날 오후 모 검사장에게 호출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며.. 그 추태를 단순 격려라고 주장하며 저에게 화를 내더라구요. 피해자가 주저하고,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지가 강경하자, 결국 감찰 쪽에서 더 이상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황당하게도, 그 가해 간부는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을 다녔는데, 검사장으로 승진한 가해자로 인해 그 피해 검사가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입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습니다”

-2017.7.24 임은정 검사가 검사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글

당시 임 검사는 피해자를 확인한 뒤 감찰 협조를 설득하는 도중 검사장에게 호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장이)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치셨다”고 전했다. 또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이어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었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라며 “모 검사님(서지현 검사)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임 검사는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례로 몇 년 전 한 고위급 검사가 여검사를 성추행했지만 그는 승승장구했다. 피해 여검사만 좌천되고 말았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임은정 “괴물 잡겠다고 검사 됐는데 우리가 괴물이더라”) 임 검사는 “그간 대검 감찰은 사실상 ‘강약약강’으로 돌아갔다. 힘 있는 검사의 경우 부정행위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문서화하지 못한다”며 “뒷날 그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에 대한 감찰 평가를 확인하는 날, 해당 조사를 한 검사는 보복당하기 쉽다”고 감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앞서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란 글을 올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해당 사건 이후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덧붙이며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미투 운동이 세상에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 내부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됐으면 하는 소망,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쓴다”고도 했다. (▶관련 기사: 현직 검사의 ‘#미투’…“법무부 간부에 성추행당했다”)

서 검사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지만 비밀리에 덮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어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알았다”라며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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