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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2 05:00 수정 : 2018.09.12 08:18

<한겨레> 자료사진

‘나만 이상한 사람’ 취급받다가
자조모임서 서로 상처 다독이며
가해자 처벌·극복 경험 등 공유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초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뒤 한국 사회에선 ‘성폭력 피해 경험 말하기’가 이어졌다. ‘#미투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전에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일들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조모임’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조모임을 통한 자기 피해 말하기야말로 성폭력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성폭력 피해자 이지영(32·가명)씨는 지난 2010년 학과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8년 동안 ‘나만 이상한가’라는 의구심에 휩싸여 살아왔다고 최근 <한겨레>와 만나 털어놨다. 그는 피해를 당한 뒤 가까운 친구들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말하면 너만 다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피해를 고백하는 사실이 두려웠어요.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는데 왜 갈 수 없는지 설명할 수 없으니, 어느 순간 ‘이상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그는 도망치듯 학교를 떠나야 했다.

올해 초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이씨는 뒤늦게 학교 신고센터를 찾아가 해당 교수를 신고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가만히 있더니 왜 지금 이야기하느냐”는 등 뒷말이 함께 따라왔다. 학교 본부는 이씨에게 “평온한 학교를 왜 들쑤시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가해 교수는 결국 해임됐지만, 그의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달 21일부터 한 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자조모임에 나가면서 비로소 ‘평범한 사람’이 된 느낌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끼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마음인지 다 알았어요. 서로 동정도 조심도 하지 않지만, 해서는 안 되는 뾰족한 말은 알아서 가렸어요. 어떤 친구도,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치유의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자신이 겪은 일을 말로 풀어냄으로써 상처를 객관화해서 치유하기 시작한다. 이는 성폭력 없는 사회를 향한 변화를 요구하는 첫발을 떼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피해 말하기’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로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다.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DSO) 대표는 지난해 초 불법촬영 등 피해를 입은 뒤 가해자를 상대하며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여실히 느꼈다고 했다. 하 대표는 “변호사 없이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말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성폭력 피해에 위축된 피해자들은 진지하게 논의할 상대를 찾기 힘들고, 자신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정보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대표가 내디딘 첫걸음 역시 ‘피해 말하기’였다. 하 대표는 자조모임인 ‘이름 없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박도담 한국여성상담센터 성폭력상담팀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자조모임은 생존자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면서 “피해자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위로를 얻고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처방식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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