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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6 17:35 수정 : 2018.05.31 14:57

대법원의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7일 낮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원 제도 개선 주장한 판사 재산까지 분석
연도별 재산 변화 그래프까지 문건에 첨부
일선 판사 성향·동향 분석 문건 발견에도
특조단 “블랙리스트 불이익 없었다” 결론

대법원의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7일 낮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가 법원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내온 일선 판사의 성향·동향은 물론 재산 내역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5일 공개한 ‘차○○ 판사 재산관계 특이사항 검토' 문건에 따르면, 2016년 4월 윤리감사관실은 임종헌 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차 판사의 재산 변동 내역을 들여다봤다. 이 문건에 따르면, 윤리감사관실은 차 판사의 재산 내역 중 채무와 관련해 2014년 제출된 소명자료를 검토하는 한편, 연도별 재산총액 그래프까지 만들어 문건에 첨부해뒀다. 윤리감사관실은 분석 내용을 토대로 “재산관계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차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게시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하급심을 강화하는 등 법원 제도 개선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일선 법관이 법원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행정처가 법관의 재산 내역까지 들여다보는 등 ‘뒷조사'를 벌인 셈이다. 임종헌 차장은 특별조사단 조사과정에서 “해당 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판사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시 윤리감사관에게 재산관계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조사단은 “차 판사가 상고법원에 반대하자 뒷조사 차원에서 재산관계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상고법원 설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다.

차 판사의 개인 성향·동향을 분석한 문건도 발견됐다. 2015년 임종헌 차장 지시로 김민수 행정처 기획제2심의관(현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이 작성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차 판사의 성격과 스타일, 재판 준비태도, 일과 관련한 가정사, 주로 고민하는 테마, 다른 판사와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분석했다. 행정처는 또 다른 문건을 통해 차 판사의 언론사 기고를 제한하기 위해 기고 내용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차 판사가 존경하는 선배, 친한 선·후배 명단을 취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관리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의 행정처는 사법 정책을 비판하거나 상고법원 도입 등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법관들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왔다. 법원 내부 비판 여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일선 법관에 대한 통제·압박 수단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조사단이 공개한 ‘송○○ 판사 자유게시판 글 관련'에 따르면, 기조실은 송아무개 판사가 2009년~2015년 코트넷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여섯 개의 글을 정리하면서 “전체 사법제도, 인사시스템 등에 관심이 많고, 법원 집행부에 대한 불신 및 의혹이 많다”는 등 판사 개인의 성향을 분석했다. 임효량 전 행정처 기획제1심의관(현 수원지법 판사)이 사용하던 저장 매체 휴지통에서 ‘박○○ 판사의 향후 동향’ 파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특별조사단이 법원 행정처가 일선 판사 ‘뒷조사’까지 벌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로 인한 불이익은 없었다’고 결론지은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별조사단은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조사단이 200여쪽의 보고서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성향·동향·재산 내역까지 들여다봤다고 진단한 내용과 ‘블랙리스트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는 결론 사이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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