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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7 10:00 수정 : 2018.08.18 15:46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보고서
“VIP와 BH 협조 사례”로 제시돼

원세훈 ‘대선 개입’ 2심 유죄 다음 날
행정처 쟁점 정리해 대법 연구관에 전달
파기환송심 재판부 접촉한 듯한 정황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차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재판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을 벌인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그러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공개라면서 법원·행정처 관계자 말만 듣고 “사법행정이 재판에 관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27일 특조단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원세훈’은 119차례나 등장할 만큼 행정처 문건의 단골 주제이자 이번 조사의 핵심 조사 대상 중 하나였다. 지난 1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2차 조사였던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2심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청와대에 알려주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박성준 당시 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은 2015년 2월9일 ‘국정원 선거개입 (원세훈) 사건 항소심 선고 보고’ 문건을 작성해 다음 날 임종헌 기조실장에게 보고했다. 2015년 2월9일은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을 처음 인정한 2심 판결이 선고된 날이었다. 문건에는 “이 사건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절대적인 핵심 쟁점일 듯”, “과연 항소심 재판부가 본 것 같이, 한쪽 정당 후보자 선출일을 대선국면 시작점으로 볼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전부 유죄 또는 전부 무죄로 봐야 하는 것 아닌지” 같은 상고심 쟁점이 담겼다. 이 문건에는 ‘심각성’이라는 제목 아래 “국정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확정되면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비난뿐만 아니라, 선거 자체가 불공정한 사유가 개입하였다는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음”이라는 내용도 적혀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원세훈) 사건 항소심 선고 보고'

문제는 이 문건이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건에서 언급된 ‘증거능력 인정 여부-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 ‘디지털 파일의 증거능력’ 등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법관 만장일치로 2015년 7월 2심 판결을 파기한 근거였다. 이에 대해 특조단은 “보고연구관이 사법행정 담당자가 작성한 문건을 검토보고서 작성에 참조한다는 것은 사법행정 담당자가 가지고 있던 사건에 관한 지식 내지 시작이 소송 외적인 통로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종헌 기조실장이 위 문건들을 재판연구관실에 전달한 것은 원세훈 상고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는 BH 희망과도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삼갔어야 할 부적절한 행위”라고 특조단은 판단했다.

2015년 10월6일께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 문건에는 ‘재판장과 주심 판사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대법원 파기환송 뒤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의 진행 상황, 심리 범위 예측 등이 담겨있다. 특조단은 “문건의 작성자는 재판부가 정확한 홍보를 위해 소속 법원의 공보관에게 제공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위로 지득해 현안보고 내용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행정처가 원 전 원장 재판에 민감했던 이유는 사건에 대한 박근혜 청와대의 관심을 활용해 양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을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정다주 전 심의관이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인사난 뒤인 2015년 3월 작성한 ‘(부정부패와 전면전을 선언한) 국무총리 대국민담화의 영향 분석과 대응 방향 검토’ 문건에는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하여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이 적혀있다. 시진국 당시 행정처 기획제2심의관이 2015년 3월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도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우병우 민정수석 대신 우회 설득 대상인 “이병기 비서실장” 이름 아래 “원세훈 사건▶적어도 전원합의체의 판단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임”이라고 나온다.

시 심의관 등이 2015년 7월 완성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에는 “최근의 우호적 분위기 등 적극 활용.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 원세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 여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BH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 가능”이라고 적혀있다.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이 2015년 11월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사법부가 VIP와 BH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 중 하나로도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이 소개됐다.

이 때문에 행정처는 청와대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2심 선고 전날인 2015년 2월8일 정다주 당시 기획조정심의관(현 울산지법 부장판사)이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에는 ‘최근 정세 분석. BH·여권’ 제목 아래 “원세훈 1심 판결 당시 반응→환영·안도. BH→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게 감사 의사를 전달하였다는 후문”이라고 적혀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1심 결론이 바뀌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등 관심 사법 현안 신속 처리”, “만일 대법원이 결론이 재항고 인용 결정(전교조의 청구 기각)이라면 최대한 조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사법부에 대한 불만 완화 효과+원세훈 사건도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될 것이라는 암시 제공 효과”라는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 선고 직후 비공식적 라인을 통해” 이런 입장을 전달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설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 정치개입만 인정한 1심과 달리 선거개입까지 유죄로 판단한 2심 선고 다음 날인 2015년 2월10일 작성된 행정처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했고, 행정처는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행정처는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하다며 여전히 상고법원과 ‘딜’할 수 있을지를 저울질했다.

한편 행정처는 원 전 원장 2심 판결을 앞두고 내부 단속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문건은 1심처럼 대선 개입 무죄가 선고되면 일부 판사들의 “불만이 더욱 응축·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김○○ 부장판사 징계로 인한 교육 효과에 따라 실제 불만 표출에 나서는 데에는 상당히 조심·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사법부 내부→불만·갈등이 표출되지 않도록 예의주시”, “특히 코트넷 운영위원회 간사(정보화 심의관)는 당분간 24시간 감시 체제를 유지할 필요성 큼→문제 있는 글이 게시될 경우 즉시 임시조치 여부를 검토·집행하여 파장을 최소화하여야 함”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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