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5 11:53
수정 : 2019.01.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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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동안 이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는 펼침막을 내건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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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포토라인 서게 되니
‘특수관계’ 원로 법조인 뒤늦게 수사 절차 비판하나
검찰 “포토라인 설치는 검찰 아닌 기자들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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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동안 이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는 펼침막을 내건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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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포토라인 패싱’ 논란을 계기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관행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죄 확정이 안 된 피의자를 죄인으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타당하다면서도 ‘그 시점이 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거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시국 사건 피의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 문제 등엔 인색했던 고위 법관들이 뒤늦게 이런 문제를 제기해 법원 내부에서도 “인권에 관심 없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하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15일 법원·검찰 쪽 말을 들어보면 ‘포토라인 관행’은 1993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몰려든 취재진에 의해 다치면서 정착됐다. 이듬해 검찰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며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했고, 이는 2000년대 들어 ‘포토라인 시행준칙’으로 자리 잡았다.
법무부에도 포토라인에 관련된 준칙이 마련돼 있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보면 ‘주요 공인으로서 소환 사실이 미리 알려져 소환 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때’ 예외적으로 검찰청 내 포토라인 설치가 허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포토라인 설치는 검찰이 아닌 기자단이 한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전직 대통령들을 소환할 땐 폐지 주장이 안 나오다가 왜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을 계기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지,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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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포토라인을 지나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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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면에 나서 ‘포토라인’을 비판하는 이들은 사법농단 사태 피의자들과 특수관계인 경우가 많다. 강민구(61·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포토라인에 서고 안 서고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선별해 결정”한다며 “알 권리를 구실로 유죄 심증을 퍼트리는 행위”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장충기 전 삼성 사장에게 ‘아부 문자’를 보낸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던 강 부장판사는 임종헌(구속·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용산고 2년 선후배 사이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창원·부산지방법원장과 법원도서관장 등 요직을 지냈다.
이날 오후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한 대한변호사협회의 김현(63·17기) 회장 역시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과 서울대 법대 76학번 동기로 지난해 12월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영장전담판사에게 전달했던 인물이다. 박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사법부 기조에 반대하는 대한변협을 압박하는 방안을 수집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상황이라 협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밖에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지난해 10월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같은 달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의 범위 등을 놓고 검찰을 공개 비판했다. 모두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진 뒤 나온 지적들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판사는 “앞으로 매년 법관들 한 5명씩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 수사·재판 인권 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양진 임재우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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