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11:21
수정 : 2019.01.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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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전 대법관이 24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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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전 대법관이 24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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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의 ‘중간고리’ 박병대(62) 전 대법관이 다시 한 번 구속을 피해갔다. 책임을 ‘위아래’로 미룰 수 있는 ‘중간고리의 이점’이 박 전 대법관을 구속수감 위기에서 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새벽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의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 보기 어렵다.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달 7일에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 기각이다.
검찰은 지난달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박 전 대법관을 한 차례 더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보강해왔다. 그 결과 지난 18일 재청구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첫 번째 영장 청구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혐의들이 추가되었다. 서기호 변호사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고교후배인 사업가 이아무개씨의 탈세 관련 재판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법원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 등이다.
하지만 법원은 여전히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법관이 ‘중간고리의 이점’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농단의 핵심 고리는 ‘대법원장-법원행정처 처장-행정처 차장’으로 구성된다. ‘최종상급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행동대장’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의 가운데서 오고 가는 지시와 행동을 중개하는 역할을 했던 박 전 대법관은 ‘아래위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수월한 위치에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수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법원행정처의 의사결정은 처장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과 실무진 사이에서 직접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간의 ‘직접 소통’ 흔적이 많을수록 박 전 대법관이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대법관은 영장 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종헌 전 차장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사법부의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고, 실무자는 행정처 차장’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번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박 전 대법관 혐의의 위중함이 덜 해졌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의 개입한 의혹을 포함해 3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고교후배 이아무개씨의 탈세 사건을 위해 법원 내부망에 무단 접속하고, 퇴직한 임 전 차장을 이씨 회사의 고문으로 취업시킨 일은 ‘제3자 뇌물죄’ 혐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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