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4 19:30
수정 : 2019.01.2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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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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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3명 작년 6월 공동성명
“재판 독립 어떠한 의혹도 없다”
양승태 집 앞 놀이터 기자회견
“재판 거래 꿈도 꿀 수 없는 일”
압수수색 영장 ‘기각…기각…’
영장전담판사들 식구 보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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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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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후 양 전 대법원장과 현직 대법관들, 일부 판사들까지 무턱대고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반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는데,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 “재판 거래 없다”던 대법관 전원
“대법관들 모두가 재판의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 지난해 6월15일 현직 대법관 13명이 공동으로 낸 입장은 단호했다. ‘재판 거래 의혹은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협조”를 공언한 직후였다. 여기에는 후일 재판 개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영한 전 대법관의 이름도 들어갔다. ‘대법관 일동’ 가운데는 의혹이 불거진 시기에 아직 대법관이 아니었던 이들이 6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앞서 대법관들은 지난해 1월에도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당시 대법관들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 “결단코 재판 거래 없다”던 놀이터 기자회견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기 위해 언론 앞에서 두차례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자신의 집 근처 놀이터 기자회견에서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7개월여 뒤인 지난 11일 검찰 첫 소환조사 직전에는 대법원 건물을 배경 삼아 입장을 발표했다. ‘나는 몰랐지만, 후배 판사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죄송하다’는 취지였다. 여전히 재판 개입, 법관 인사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2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에 의해 구속수감됐다.
■ 영장전담판사들의 기각 논리
지난해 8월 검찰이 일제 전범기업 손해배상 소송 재판 거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법원행정처 및 전·현직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내기만 하면 기각’됐다. 당시 법원이 제시하는 기각 사유는 ‘신기원’을 열었다는 눈총을 받았다.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은 관련 재판 문건을 작성한 전·현직 행정처 심의관의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며 “상관인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를 붙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 부족 등 수사 상황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일 수도 있지만, 법원 스스로 지나친 무죄 예단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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