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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3 10:43 수정 : 2019.02.03 18:18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기획조정실 심의관 검토 문건 다수 확보
초반에는 검찰과 법원 신경전 치열했으나…
6개월 걸린 사법농단 검찰 수사도 함께 끝나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할 때마다 가서 지켜봐야 하니까 우리도 일을 하지 못한다.”

지난해 말 대법원 한 심의관(판사)은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검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자, 법원 구성원들은 돌아가면서 현장을 지켰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지난해 7월3일 대법원과 협의해 포렌식 절차를 시작했으니 6개월 전 일입니다. 조사를 이달 25일 끝내기로 협의했으니, 207일 동안 검찰은 대법원 대법정 아래 1층 조사실에 상주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양승태 대법원’의 기획조정실 중심으로 컴퓨터 하드에서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초반에는 ‘이거 보지 마라’ ’수사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검찰과 다툼을 벌이고는 했다. 컴퓨터에 법원의 정책 결정, 내부 인사, 판사들에 대한 성희롱 대처 방법, 징계 검토 서류 등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검사들은 수사와 관련이 있어 본다고 하고 법원에서는 관련 없는 것 같다고 막고, 그게 일상이었다.”

직접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참관했다는 한 심의관은 초기 상황을 이렇게 돌아봤습니다. 검찰이 보는 모니터를 자신들도 볼 수 있도록 연결해두고 참관하는 행정처 판사들이 일일이 검토했다고 합니다. 여러차례 인사 이동이 있어도 자료는 차곡차곡 컴퓨터에 남아있기 때문에 쌓여있는 자료가 방대한 상황.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검찰이 자료를 살펴보면 법원에서도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참관을 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를 열어보고 이미징 작업을 한 뒤 반출을 요청하면 법원은 반출을 승인 또는 거부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확보된 자료 중에는 임종헌 전 차장이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검토하도록 한 징용 재상고 시나리오, 법관 재외 공관 직무 파견 전략, 박근혜 대통령 검찰 수사 대비 전략,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검토,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모임 불이익 문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청탁을 받고 재판 결과를 바꿔달라는 민원을 처리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검찰과 법원은 지난달 25일 디지털포렌식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하루 앞두고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법원 쪽 말을 들어보면,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검사의 출입도 뜸해지고 특별한 자료 반출 요구도 없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12월 인사총괄심의관실 압수수색을 하면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처 검토 문건’을 확보한 뒤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과 비교하면,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는 기획조정실 자료 가운데 쓸 만한 자료는 초반에 중점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31일 대법원 관계자는 “조사실에서 적법하게 반출된 파일들의 증거 능력 확보를 위한 자료의 보존, 보관 방법, 검찰 장비의 수거 절차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개월의 디지털 포렌식이 끝나면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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