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5 14:45
수정 : 2019.03.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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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2017년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0대 총선 리베이트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항소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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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공소장에 적시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재판 관련
보석허가 여부 및 유무죄 심증 파악해 알려줘
“행정처가 물어보는 자체 만으로 재판 공정성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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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2017년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0대 총선 리베이트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항소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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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민의당이 박선숙·김수민 의원 재판과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에 청탁을 하고 법원행정처가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전달한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5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이런 혐의를 포함했다.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실장이 국민의당 쪽 청탁을 받고 사법부 추진 정책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국민의당에 전달했다는 것이 뼈대이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 한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국민의당 당직자 왕아무개씨의 보석허가 여부 및 유무죄 심증 등을 알려달라고 이 전 실장에게 부탁했고, 2016년 10월 이 전 실장은 재판부 심증 파악을 위해 서울서부지법 소속 기획법관 ㄱ판사에게 직접 연락해 “왕씨에 대한 재판부의 보석허가 여부 등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ㄱ판사가 주심 판사에게 심증을 물어서 “선고 이전에 보석을 허가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보고했고, 이 전 실장은 이를 부탁한 의원 쪽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그 의원은 같은 해 11월 이 전 실장에게 또다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선숙·김수민 의원(당시 국민의당, 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실장은 ㄱ판사에게 이를 전달했고, ㄱ판사는 “피고인 쪽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주심판사의 심증을 이메일로 보고했다. 이 전 실장은 이를 다시 국민의당 쪽에 전달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물어보는 행위 자체로 재판부에 압력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에서 행정처 라인으로 연결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심증을 알아낸 것 자체가 재판의 공정을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선숙·김수민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홍보활동 담당 태스크포스를 만든 뒤 광고업체로부터 리베이트 2억여원을 받고 이를 선거비용처럼 꾸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허위 보전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같은 해 8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회의원들의 재판청탁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2015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파견 중인 ㄴ판사를 직접 방으로 불러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ㄴ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내용을 전달했고, 그 뒤 임 전 차장은 서울북부지법의 문용선 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통해 담당 판사인 박아무개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했고,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통해서도 재판부 쪽에 청탁 내용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4~5월에 보좌관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병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행정처에 재판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이 사건의 항소심 예상 양형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뒤, 전 최고위원에게 검토 결과를 설명해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양진 임재우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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