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1 20:05
수정 : 2019.03.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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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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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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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가담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검찰이 “재판 결과를 왜곡하려는 계획적인 시도”라고 지적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번째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재판에 응하는 태도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한 엄중 경고를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검찰발 미세먼지’, ‘신기루와 같은 현상’, ‘가공의 프레임’ 등 표현에 빗대어 비판한 것에 대해 “임 전 차장이 이중적이고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포르노’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섞어 진술하면서 ‘여론재판은 끝났다, 이 재판은 여론재판의 항소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도 이 사건이 전 정권에 대한 현 정권의 정치적 보복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러한 표현이야말로 검찰 수사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자신에 유리한 판결 선고를 도모하려는 부적절한 시도”라고 짚었다.
이어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발언은 해당 재판의 성격이나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계획된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법원행정처에 근무할 때도 언론을 활용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오늘 사용한 ‘정치적 보복’, ‘포르노’, ‘검찰발 미세먼지’ 등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은 누가 보더라도 재판을 방청하고 있는 기자들이 이를 인용해 보도할 것을 기대하고 한 것이다. 국가적 법익을 침해해 발생한 이 사건에서 굳이 외설적인 단어를 언급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검찰의 공소사실이 신기루와 같은 허상인지 아닌지는 재판 과정 통해 명확하게 규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변론을 하려는 듯한 피고인의 시도는 차단돼야 한다. 부적절한 피고인의 발언이 반복될 경우 재판부에 제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변호인을 일괄 사임하게 함으로써 정해진 기일 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며 “기소 시점으로부터 첫 번째 공판이 열리기까지 무려 4개월이나 지났다. 구속기간(6개월) 중 3분의 2가 흘렀는데 그동안 ‘기록검토가 수일 진행된다’는 변명만 해왔다. 더 이상 재판 연기를 요청하는 주장은 수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다소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며 “검찰이 부담하고 있는 객관의 의무, 공익의 대표자의 지위를 다 포기한 채 임종헌에 대한 공격수를 자임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임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진행된 자신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검찰을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임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부와 사법부 유착, 그로 인한 재판거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만들어진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공정하고 충실하게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거나 중세 서양화가 페테르 루벤스의 성화 <시몬과 페로>를 언급하며 “(이 그림을)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성화라고 한다. 그러나 이 둘은 아버지와 딸 사이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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