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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3 22:34 수정 : 2019.09.23 23:04

김명수 대법원장. 대법원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돌아보니

대법원장 권한 분산 사법행정회의
대폭 후퇴한 자문회의로 출범
비상근에 회의 비공개… 거수기 우려

사법농단 연루 징계청구 법관 13명
8명은 솜방망이 징계·5명은 '없던 일'
비위통보 현직법관 66명도 유야무야
'대법 과거청산 의지 의심' 지적도

상고심제도 개편 논의 시작했지만
‘대법관 일 감소에 초점' 우려도

김명수 대법원장. 대법원 제공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2년 전 호기롭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이런 장담은 얼마나 현실로 이어졌을까. 오는 25일 취임 두 돌을 맞는 ‘김명수 대법원’의 행적을 판사와 변호사, 법학 교수 등을 통해 짚어봤다. 대법원의 미래를 향한 제도 개선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 축소에 축소 거듭한 사법행정회의 2년 전 김 대법원장에게 요구된 시대적 과제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의 분산이었다. 실제 지난해 7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법원행정처 기능을 분산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 신설을 건의했다. 법관과 비법관을 동수로 하고 집행권을 갖춘 총괄기구를 만들어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애초 안보다 위상과 역할이 줄어든 사법행정회의 안을 내놨다. 법관 비중이 늘었고, 집행권을 빼 심의·의결기구로 낮춘 것이다. 실제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국회에서 법원조직법 개정 지연을 이유로 자문기구에 불과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지난 9일 출범시켰다.

26일 첫 회의를 앞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애초 논의됐던 취지인 대법원장 권한 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단 위원 10명 가운데 대법원장과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2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3명 등 현직 법관 몫이 여섯 자리다. 나머지 네 자리도 대법원장이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한명씩 추천을 의뢰받아 임명한다. 23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을 제외한 위원 9명 중 6명 임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법원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판사는 “인재를 널리 구했어야 하는데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 결국 ‘거수기’ 노릇?…인사 개혁도 지지부진 위원들이 비상근인데다 회의는 비공개로 분기별로 한차례씩 열릴 예정으로, 결국 거수기 노릇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 법학 교수는 “이번에 구성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시민사회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사법개혁이라는 촛불민심의 요구에 김 대법원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성창익 변호사(전 민변 사법위원장)는 “법원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을 거쳤지만 사법발전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법농단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 분위기를 수직적으로 만드는 법관 인사 제도도 개혁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판사들을 승진에 목매게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공언했지만 현재 중단만 된 상태다. 고등법원에서만 근무하는 고법 판사 제도 운용 방식을 바꾸고, 법원장의 법관 재량 평가를 축소하라는 법원 내부의 문제제기에도 대법원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한 판사는 “고법 부장판사 제도가 폐지되면 고법 판사 제도가 또다른 승진제도로 인식될 수 있다. 법관 인사 평정 때 법원장의 재량 평정을 축소하고 평가 자료를 다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 사진
■ 사법농단 연루 판사 징계 ‘솜방망이·하세월’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가 청구된 법관 13명 중 8명(정직 3명, 감봉 4명, 견책 1명)을 징계했다. 징계 수준도 솜방망이였지만, 나머지 5명은 아예 징계를 피해갔다. 대법원의 과거청산 의지가 의심받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이 지난 3월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뒤 통보한 현직 비위 법관 66명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별다른 징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달이 지난 5월에야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현직 법관 10명을 추가 징계 청구를 했을 뿐이다. 대법원은 검찰의 비위 통보 당시 이미 법관 32명이 징계시효(3년)가 지났다고 해명했지만, 대법원이 징계를 미적거리는 동안 시효가 지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징계 청구 법관의 이름과 사유는 물론 징계 수위를 의결할 법관징계위원회 위원(7명)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은 “징계 절차가 정지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지난 6월 말 이후 법관징계위원회의 다음 기일을 정하지 않는 등 징계 절차를 사실상 중지시켰다.

민변 사법농단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천낙붕 변호사는 “대법원의 늦장 대응으로 비위 연루 법관 대부분이 징계를 받지 않았다. 법관징계법에서 재판을 이유로 징계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소가 제기된 상황이라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형사재판이 매듭지어지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법부 과거청산 작업과 관련한 김 대법원장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징계 절차가 늦어지더라도 어떤 판사가 무슨 비위를 저질렀는지,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 과정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상징이다.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돌아보고 바람직한 법관상은 무엇인지 논의가 이어지도록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상고심 제도 개혁 논의 출발했으나…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지난해 4만7979건으로, 대법관 1인당 3998건을 다뤄야 한다. 사건 폭주로 심리가 부실해진다는 지적 때문에 상고제도 개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무리하게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다 사법농단 사태를 부른 바 있다.

김 대법원장도 취임하면서 상고제도 개편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지난 7월 말 대법원은 법학자들을 불러 상고허가제와 대법관 증원, 상고법원 설치 등 주요 상고제도 개편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달 3일에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한변호사협회, 법원행정처가 공동으로 ‘상고심 제도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유제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은 “상고사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활성화에 중대한 제약이 초래된다”며 각 방안의 장단점을 소개하고 상고심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또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상고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법원이 국민의 권리 구제 확대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대법관들의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상고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취임 2년이 다 돼서야 상고제도 개편에 나선 김 대법원장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 쪽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우리 고한솔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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