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회계법인 부실 보고서에 바탕
삼성·두 회계법인 ‘한몸’처럼
삼성물산쪽 대리한 안진 회계는
제일모직 자료대로 과대평가
에버랜드 동식물 활용 바이오사업
제일모직 아닌 미전실 작품 의혹
국민연금 직원, 박영수특검 조사서
“제일모직 IR 담당자도 내용 몰라”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바이오’라는 유령사업까지 동원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려 한 까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 일가의 지분 구조상 ‘삼성물산 가치는 박하게, 제일모직은 후하게’ 평가될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콜옵션 부채를 은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병 추진 당시 가장 논란이 일었던 대목은 적정 합병비율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상장회사였기 때문에 합병비율은 법률이 정한 주가에 따라 산정됐다. 그러나 합병을 반대하는 쪽은 그 비율(1:0.35)이 적정 회사가치를 반영하지 못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런 반대 논리를 돌파할 필요가 있었고, 그 방안 중 하나로 공정성의 외관을 확보할 수 있는 딜로이트안진(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삼정)에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회계법인의 보고서는 합병을 관철하는 데 주요하게 활용됐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두 회계법인이 삼성 쪽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선 안진은 의뢰인인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제일모직을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를 위해선 상대 기업인 제일모직의 자산, 사업성, 미래가치 등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엄격한 실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그 단적인 예가 실체조차 없던 제일모직바이오의 영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안진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물론 추진 일정, 매출액 산정 근거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제일모직이 제시한 자료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안진이나 삼정이 거대 고객인 삼성의 뜻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삼성이 준 숫자를 끼워 넣은 보고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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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가 2015년 7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약 안건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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