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7 16:50
수정 : 2019.02.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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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 시민들의 추모 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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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조문 행렬
어머니 김미숙씨 “기업처벌법 조속히 제정돼야” 거듭 요구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시민들 추모 물결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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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 시민들의 추모 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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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산재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세요.’ ‘내가 김용균이다. 죽음의 외주화 타도.’
지난해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의 빈소 앞에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은 글들이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5일 김씨 사고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김씨가 숨을 거둔 지 두달 만에 치르는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열린다. 장례 첫날인 7일 빈소 앞에는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보라색 리본과 김씨의 생전 사진을 본떠서 만든 배지와 옷핀, 방명록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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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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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우원식 의원 등이 빈소를 방문했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이 대표는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만나 “다시는 아드님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여러 가지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정책위의장도 “당정이 참여하는 안전강화·고용안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5가지 후속 대책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거듭 요구했다. 김씨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들 여럿이 죽어 나가면 기업들도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키지 않으면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라는 의미에서 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대전에서 온 이애령 호노리나(68) 수녀는 김씨의 수의를 제작해 빈소를 방문했다. 이 수녀는 “지난해부터 수도회가 연고자 없이 상 당하시는 분들을 위해 수의를 만드는 일을 하던 도중 김용균 청년 사망 소식 듣고, 지난해 태안 빈소를 방문하면서 김씨 아버님께 수의 제작 제안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경주에서 온 이장주(52)씨는 아들 2명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위험한 일을 남한테 맡겨서 회피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박정민(25)씨는 “김용균씨가 읽고 있던 책 중에 내가 읽고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관련 책도 있는 걸 보고 내 또래의 일이라는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구의역 사고 이후 바뀐 게 없다.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조문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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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온 수녀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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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위는 지난 22일 김씨의 분향소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부터 이날 오전까지 방명록을 작성한 사람 수가 1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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