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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20:36 수정 : 2019.05.28 20:40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 통화내용 등 어떻게 새나갔나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외교기밀을 유출한 주미대사관 ㄱ 참사관은 문서열람 권한이 있는 대사관 내 다른 직원한테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이 담긴 출력본을 건네받은 뒤 그 내용을 강 의원에게 불러준 것으로 밝혀졌다.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ㄱ 참사관은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하기 앞서 지난 3월과 4월에도 외교기밀을 유출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28일 더불어민주당의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한 외교부 당국자의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유출 과정 들여다보니

사건은 지난 9일 강효상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25~28일 일본 방문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한-미 정상 간 통화는 ‘3급 비밀’로 분류되며, 통화 자체도 보안 장치가 된 ‘비화기’로 이뤄진다. 비화기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게 되지만, 제3자의 도·감청을 막기 위해 목소리는 일반 신호가 아닌 암호화 과정을 거친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이 정리된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다. 열람 범위 바깥의 누군가 문서를 본다면 위법이다. 강 의원 기밀유출 건을 자체 감찰한 외교부는 3명을 징계에 회부하기로 했다. 징계 대상에는 강 의원에게 외교기밀을 흘린 ㄱ 참사관 말고도, 그에게 통화 내용을 출력해 건넨 또다른 참사관, 비밀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직 외무공무원이 포함돼 있다. 외교관 출신인 이수혁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상들이 비화기를 사용해 비밀성을 유지한 대화 내용을 대사관 직원이 일반 국제전화를 이용해 불러준 것은 명백한 기밀누설”이라고 지적했다.

■ 3~4월에도 강 의원에게 기밀 유출 정황

외교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외에 ㄱ 참사관이 강 의원에게 흘린 기밀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해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4월에는 <문화일보>에 “트럼프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형식과 의전을 미국 페이스대로 조정했고 한국은 이에 휘말렸다”며 구체적인 실무협의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 정보들 역시 ㄱ 참사관이 전화로 불러주는 형태로 강 의원에게 누설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ㄱ 참사관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강효상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통화 내용의 표현을 다르게 풀어서 설명하려다 실수로 일부를 알려주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참고만 하겠다”던 강 의원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 의원과의 친분에 대해 “대학 시절 고교 동문회에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대학 졸업 이후 30년 넘게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 올해 2월경 국회 대표단 방미 때 미 의회 업무 담당자로 자연스럽게 강 의원을 만난 것을 계기로 그 이후 워싱턴에 방미 차 왔을 때 식사를 한 번 했고, 몇 번 통화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이 반드시 아셔야 할 대미 외교 실상의 한 단면을 공개하고 국민적 평가를 구했을 뿐이다. 명백히 국익을 위한 당연한 의정활동을 정부여당이 기밀유출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ㄱ 참사관에 대해선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 '외교부 책임’은 쏙 빠져

이번 감찰 과정에서 대사관 내 외교기밀 ‘무단 공유’가 빈번하게 이뤄져온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외교부 책임론’이나 ‘주미대사 징계’는 거론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외교부가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열람 범위를 엄격히 정했음에도 사건이 터졌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의 ‘강경화 책임론’에 대해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외교 신뢰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역할을 다하시는 것이 강 장관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혜 서영지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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