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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5 11:43 수정 : 2019.06.26 09:58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연주단원들이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합창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24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서 우리말 합창
단원들 모두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 제창
헝가리 대통령 추모글 “음악으로 위로 전하고파”
조성진도 앙코르곡 쇼팽 ‘프렐류드’로 애도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연주단원들이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합창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발음은 정확하지 못해도 진심을 담은 따뜻한 위로였다.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이반 피셔(68)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내한 공연이 열린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선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 울려 퍼졌다. 지난달 29일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추모곡으로, 단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노래했다. 한국인 23명이 숨진 이 사고는 현재 실종자 3명을 찾는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노래에 앞서 마이크를 든 피셔는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왔습니다. 최근 참담한 사고가 있었던 곳입니다”라며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헝가리 국민과 부다페스트 시민들, 단원들과 저는 마음을 다해 유족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맺은 뒤 우리말로 합창을 시작했다. 몇몇 단원의 연주에 맞춰 악기 대신 악보를 손에 쥔 채 노래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다뉴브 강가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깊이 슬퍼해 준 헝가리 시민들의 마음이 서울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곡이라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한국에 오기 전 직접 선곡한 곡”이라고 전했다.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트위터에 올려진 한국 가곡 연습 모습. SNS 갈무리.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은 공연 프로그램북에 ‘추모의 글’도 실었다. 그는 “우리는 이 참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서울 공연을 희생자분들에게 헌정함으로써 헝가리를 대신해 깊은 조의를 전할 것이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3년 만의 한국 공연에서 가슴 뭉클한 선물을 건넨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피셔가 36년 전 동료 지휘자 졸탄 코치슈와 손잡고 만든 세계 명문 악단이다. 애초엔 여러 교향악단의 단원들을 모아 페스티벌 기간에만 활동하던 오케스트라였지만 명성을 쌓으면서 상설악단이 됐다. 페스티벌에 기반을 둔 악단이어서인지 깜짝 이벤트를 섞은 창의적인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형화된 악기 배치를 벗어나 뒷줄의 타악기를 앞줄에 배치하기도 하고, 이날 추모곡을 합창했듯 연주단원들이 노래를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내한공연에서도 ‘아리랑’을 불러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추모곡으로 시작된 이 날 공연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모두 베토벤 곡들로 꾸며졌다. 1부는 비장미가 흐르는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피아니스트 조성진(25)과의 협연으로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들려줬다. 조성진은 서정적이면서도 박력이 넘치는 낭만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허명현 클래식평론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프레이즈들이 이어지는데, 강한 설득력과 생동감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겼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응답하듯 조성진은 앙코르로 쇼팽의 ‘프렐류드 4번’,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품’을 들려줬다. 특히 ‘프렐류드 4번’은 쇼팽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곡으로 추모의 뜻이 담겨 있어 다뉴브 참사를 애도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조응하는 의미를 띠었다.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2부에서 ‘교향곡 7번’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보통 오른쪽이나 왼편에 자리하는 콘트라베이스를 가운데 뒷줄에 배치해 현악기의 농밀한 연주가 두드러졌다. 허명현 평론가는 “독특한 자리 배치에 기인한 이반 피셔만의 개성적인 악기 밸런스가 돋보였다”면서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음향들은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수없이 연주된 베토벤 텍스추어에 아직도 새로운 지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공연”이라고 평가했다.

2천여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다뉴브 참사를 애도하며 감동적인 공연을 펼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밤 늦은 시간까지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피셔는 격렬한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1번’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음악으로 애도의 품격을 보여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부산(26일), 대구(27일), 대전(28일)에서도 이어진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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