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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1 18:08 수정 : 2019.08.02 13:39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5월30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하면서 한국인 25명이 숨졌고 아직 1명은 실종 상태다. 그동안 정부의 브리핑만 있었고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더라도 참사의 규모와 흐른 시간을 봤을 때 피해 가족들이 보이지 않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왜 이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

피해 가족들을 만났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피해 가족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결정하고 나서 독일에 있는 지인을 통해 그 소식을 전했다. 언론 보도 등을 접하고 피해 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피해 가족들과 함께 여행사 쪽을 만나기도 하고 전체 피해가족 모임도 참관해 참사 이후의 여러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슬픔, 분노, 고통, 답답함이 뒤범벅이 된 대화가 이어졌다.

참사 피해자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구조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생존자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사망한 가족을 찾은 이는 숨죽이고 있고,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이는 제정신이 아니다. 주변 상황으로 인해 분노와 불신은 쌓여간다. 때론 울부짖음으로 표출되고 때론 침묵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모든 피해 가족들은 계속된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기자를 사칭한 지인을 내세워 몰래 원치 않는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사도 있었고, 정부가 흘린 연락처를 가지고 피해자 집 마당까지 쳐들어가 친지들의 대화를 엿들은 기자들도 있었다. 피해 가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스스로의 행태를 반성하고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한 언론은 거의 없다. 피해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은 피해자들의 인격과 안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그 목소리와 참사의 진실을 충분히 제대로 전달해야 할 본연의 책무를 저버렸다. 피해 가족들은 언론을 피하고 침묵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은 가족들로 하여금 정작 언론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그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특히 수색구조와 관련하여 정부가 보여준 적극적인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 기관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고 여행사는 가족분들을 돌보는 형태로 역할을 분담했다.” 초기 여행사 쪽의 브리핑 내용이다. 정부는 수색구조뿐만 아니라 피해 가족들에 대한 지원 전반에 대해서도 계획을 가지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여행사가 나서서 정부와의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참사에 대한 책임 주체로서의 의무 이행을 “돌봄”으로 미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피해 가족들이 귀국 뒤에도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문의를 하니 비용은 여행사에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7월 말, 정부는 피해 가족들에게 문자로 긴급구조대의 귀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임무 종료를 알려왔다.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피해 가족들이 귀국 후 여행사 쪽을 만났을 때 여행사 쪽은 가해 선박 쪽의 책임이 크지만 여행사도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연대책임을 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행사 쪽이 그 책임을 인정한 이상 피해 가족들에 대한 배상 문제는 일차적으로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가족들이 지속적인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헝가리 현지에서 여행사 대표가 피해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공언하고 떠난 뒤 여행사 임직원들은 여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예상 못한 손해에 대해서는 억울해하면서 예견됐던 가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진정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여행사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 두 달이 지났다. 한 피해 가족의 외침이 들려온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숨죽이고 지켜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지옥 같고 한없이 길었던 그 순간들의 심정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공감한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곁에서 그 목소리를 조용히 경청하고 피해 가족이 필요로 할 때 그 외침을 대신할 수는 있어야 한다. 안전대책만이 능사가 아니다. 피해 가족들이 계속되는 참사의 긴 터널을 지나게 하지 않기 위해 정부, 여행사, 그리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남은 실종자 한분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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