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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7 14:07 수정 : 2020.01.07 14:14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북극의 빠른 온난화와 전지구 상관관계
해양과 얼음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
극한 기상 현상과의 연관성 실시간 분석
정밀한 미래 예측을 담보할 새 모델 개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0년대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10년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산과 들이 불타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물난리가 났다. 폭염으로 각종 기록이 경신되고 해수면은 계속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빠르게 달아오르는 지구의 난마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감쌌고,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의 상관관계를 풀어내는 데 꽤 성과를 올렸다. 빙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며 북극 온난화의 의미에 주목했다. 또한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기술을 벼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더 많은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2020년대에 기후 연구자들이 해제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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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북극 미스터리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온난화를 겪고 있다.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북극 온난화의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전지구 기후변화를 명확히 예측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극 온난화의 몇몇 결과는 비교적 명료하다. 북극 얼음이 녹아 해양으로 흘러들면 해수면 높이가 상승한다. 영구동토의 해빙은 대기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방출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다소 논란거리다. 지난 10년 동안 북극의 온난화가 전지구 기후와 기상 양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 논쟁이 벌어졌다. 몇몇 관측 연구 결과들은 북극 온난화와 미국,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의 기상 이상 현상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줬다. 해빙의 감소와 시베리아 강추위의 상관관계나 북극 폭염과 미국 혹한의 상관관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문제는 모델들이 이런 상관관계를 일으키는 원인을 포착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북극 기후 전문가인 미국 우즈홀연구소의 제니퍼 프랜시스는 “어느 누구도 북극의 온난화가 기상 양상에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이다. 모델에서 잘못 모사되는지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사실을 반영하는 모델이 아니면 모델을 다른 요소들과 북극의 영향들을 분리할 때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클레어 파킨슨은 “논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측 자료와 모델(프로그램)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미 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가동중인 극지방 증폭모델 비교 프로젝트(PAMIP)는 북극 기후와 지구의 나머지 지역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표준화된 방법들을 사용하는 일련의 협력 모델들을 동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들이 왜 서로 다른 그룹들이 서로 다른 모델들을 사용해 똑같은 값들을 도출해낼 수 없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논쟁 말고도 북극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큰 과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중이다.

연구자들은 되먹임 과정의 결합이 한 요소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해양의 얼음과 눈은 태양 빛을 지구 멀리로 반사한다. 얼음과 눈이 녹으면 더 많은 태양 빛이 지표에 이르고 해당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도록 해 더 많은 얼음과 눈이 녹도록 한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주립대의 북극 및 대기과학자인 시안동 장은 “향후 10년 연구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개별 물리 과정들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 ‘이런 과정들이 온난화를 가속하는 데 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되먹임 과정을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북극이 미래에 얼마나 더 빨리 따뜻해질지, 또 그 결과로 인한 현상들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를 좀더 잘 예견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프랜시스는 말했다. 되먹임 과정에는 해빙의 감소와 영구동토 및 그린란드 빙하의 용해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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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해양과 얼음

해수면 상승은 기후변화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이다. 해수면 상승은 세계 해안 지대 수백만 인구의 이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 상승은 시간이 갈수록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과학자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해안 범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래의 해수면 상승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 또한 기후과학의 우선 과제 중 하나이다. 미래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가장 큰 불확실성은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의 거동이다. 둘 다 해마다 수십억톤의 물을 해양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인공위성 연구는 두 지역에서의 빙하 유실이 속도를 내고 있음을 밝혀냈다. 남극은 1990년대에 비해 세 배의 얼음이 사라졌다. 그린란드에서는 더 심해 앞서 10년보다 최근 10년 동안 7배가 많은 얼음이 녹아내렸다.

가속을 일으키는 과정에 대한 연구와 그 지식을 적용해 미래의 해수면 상승을 정확히 예견하는 것이 2020년대의 핵심 목표라고 콜럼비아대 빙하 전문가인 마르코 테데스코는 말했다.

테데스코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또한 다음 10년 동안에도 거의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그린란드와 남극에서의 가속화를 일으키고 있는 물리과정과 해수면 상승 효과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우리가 일찍이 예상하지 못했던 잠재적 충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와 남극에서 얼음 유실이 가속함에 따라 빙하의 일부가 재형성되지 못하고 완전히 붕괴돼 해수면 상승 파국을 초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따뜻한 해류가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지역 일부에서 빙하를 바닥에서부터 녹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양과 얼음 사이의 관계를 좀더 잘 이해하는 것은 빙하 연구의 우선 과제이다라고 테데스코는 말했다.

동시에 물이 녹아서 얼음 위를 따라 움직이는 경로를 관측하는 것도 주요 과제의 하나다. 그린란드에서 제트류와 같은 대류의 기후에 의한 변화는 지표의 해빙을 촉발할 수 있다. 테데스코는 “중요한 것은 그린란드의 빙하 상실이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기 순환의 최근 변화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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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극한 기상 현상

과거 10년은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이른바 ‘귀인과학’(Attribution Science)인 기후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과학자들은 현재 폭염이나 허리케인 같은 개별 기상현상에 대한 지구온난화 영향을 추정해낼 수 있다. 최근 몇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간 유래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상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귀인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연구자들은 허리케인이나 들불같은 복잡한 현상을 점점 더 많이 다룰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너무 복잡해서 확신을 갖고 분석하기 어려웠던 현상들이다. 발전 속도가 빨라 연구자들은 이제 극한 기상 현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연구 조직들은 날씨 예보처럼 정교한 귀인 분석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극한 기상 현상이 일어나자 마자 분석을 내놓을 수 있다. 독일이나 영국 기상청이나 유럽중기예보센터 산하의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 등은 이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온난화한 세계에서 미래의 극한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모델들은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많은 극한 기상 현상이 좀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폭염은 더 뜨거워질 것이고 허리케인은 더욱 강해지며 호우는 특정 지역에서 더 자주 발생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더욱 길어질 것이다.

이런 예측 기술을 개선해가고, 예측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에 잘 전달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피에르 포스터 영국 리즈대 국제기후연구소 소장은 말했다.

포스터는 “극한 기상 현상을 예측할 때 종종 불확실성이 클 때가 있다. 기후모델들은 매우 격차가 큰 결과 값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델을 돌릴 만한 충분한 시간과 비용이 주어지고 또한 해상도가 충분히 높다면 이들 불확실성은 줄여나갈 수 있다.

포스터는 “이들 이슈를 다루는 것 또한 향후 몇년 동안 기후 모델링 분야에서 도전할 과제이다. 우리는 모델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실험하기 위해 더 명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④ 미래 예측

기후모델의 목표는 단지 온실가스 배출 농도가 특정 수준일 때 지구가 얼마나 더 뜨거워질지 예측하는 것인양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후모델들은 설령 일정 범주 안에 들어가기는 해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지구의 높은 민감도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된다면 과거 10년의 모델들은 지구가 1.5도에서 4.5도 사이로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계 과학자들은 차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의해 제시될 보고서에 담길 내용을 도출하는 데 쓰일 차세대 기후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기후과학자 제크 호스파더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모델들은 과거 모델보다 기후 민감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상한값을 더 높게 내놓는데, 많은 모델들이 4.8도까지 보이며 5.6도를 내놓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20여개의 모델들만이 결과를 도출해냈다. 예측을 완벽하게 하려면 좀더 많은 모델들이 투입돼야 한다. 하우스파더가 지적한 것처럼 다른 최신 연구들은 지구의 기후 민감도의 폭이 과거 모델들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온난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이전보다 훨씬 더 시급한 때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우스파더는 “이들 모델 일부가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것이 다른 증거들을 무시하고 그들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후 민감성은 기후 예측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후모델학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예측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델들은 개선될수록 더 복잡한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개선하기 위해 집중하는 몇몇 주요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구름은 기후 시스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후 모델에서 재현하기에 매우 어렵다. 탄소 순환의 특정 양상도 모델에서 잘 재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숲이나 해양이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대기에 방출되는 방식 등.

과학자들은 또 모델 예측을 위해 실제적인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연구가 미래의 온실가스 고농도 상황, 석탄 사용의 지속적 확대, 더이상 현실이 아니게 될지 모르는 산업과 경제사회에 대한 가설 등이 전제된 ‘현상 유지’(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췄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맺어질 당시 전지구 기후 행동은 매우 저조했던 반면 미래 또한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 의한 기후 연구들이 제시했던 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좀더 현실적인 시나리오에 의한 새로운 연구들에 주목하는 것은 정책입안자나 사회가 미래 계획을 세울 때 유용할 것이다.

하우스파더는 “여러 측면에서 미래의 가능 범주는 좁혀지고 있다. 2100년에 가까워질수록 또 세계가 좀더 기후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최악의 4도와 온난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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