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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4 15:48 수정 : 2020.01.15 02:33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아날레나 샤를로테 베르보크 ‘동맹 90/녹색당’ 대표가 녹색당 창당 4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 창당 40주년 맞은 독일 녹색당]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증명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전세계 기존 정당체제에 숱한 도전과 논쟁도
창당 선언 “기존 정당에 반대하는 정당”
EU의회 선거, 독일 녹색당 제2정당 발돋움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아날레나 샤를로테 베르보크 ‘동맹 90/녹색당’ 대표가 녹색당 창당 4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녹색당은 독일을 변화시키고, 독일은 녹색당을 변화시켰다. 독일 정치 지형에서 ‘환경 이슈’를 다른 정당들 안에도 정착시켰다.”

지난 13일 창당 40주년을 맞은 독일 녹색당 기념식(10일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사회민주당) 독일대통령이 한 연설 중 한 대목이다. 슈타인마이어는 “동독 민주화 세력과 서독 녹색당의 통합은 독일통일에 엄청나게 기여했다”며 “녹색당은, 정치는 자기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된 1990년, 서독 녹색당과 동독지역 시민·민주화운동세력이 주축이 된 ‘동맹90’은 선거연합을 통해 ‘동맹 90/녹색당’으로 거듭났다. 독일 녹색당은 전세계의 수많은 녹색당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성공했으며 가장 규모가 크다. 성공한 그만큼 지난 40년간 전세계 기존 정당체제에서 숱한 도전과 논쟁도 불러 일으켰다.

1980년 1월 13일. 히피,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페미니스트, 예술가, 반전활동가, 보수적 지역주의자들이 옛 서독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카를스루에 시민회관에 모였다. 언뜻 보기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였으나 이들이 공유한 것은 ‘환경’이었다. 이날 격렬한 논쟁을 거친 뒤 연방 녹색당을 창당했다. “반정당 정당”(페트라 켈리 녹색당 초대 의장) 기치를 내걸고 기존 정당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운동인 독일 ‘68운동’ 주역들이 이끈 녹색당은 급진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권위주의적 가치에 대항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일으켰다. 창립 당시 녹색당은 “새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라”거나 “귀중한 식수를 변기 내리는 물이나 세차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983년에 연방의회 진입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5%) 이상을 얻어 연방의회에 입성했을 때 녹색당 의원들이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건 유명한 일화다.

불혹을 맞은 녹색당은 이제, 창당 때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비효율적·급진적’ 이미지를 벗고 환골탈태했다. 보수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이나 중도좌파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정당이 됐다. 현재 독일연방 16개 주 가운데 12개 주에서 사민당이나 기민련과 함께 연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작년 한해 금요일마다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 “환경을 위한 정치”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미래를 위한 금요일(프라이데이 포 퓨처·전세계 25개국 지부)‘은 독일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긴박한 기후변화 행동’이 전세계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작년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20.5%를 얻으며 군소정당에서 독일 제2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녹색당에서 조만간 독일 총리가 배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1일 포르자, 엠니트 등 공식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기민련 27~28%, 녹색당 21~23%다. 사민당은 12~14%다.

녹색당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다. 사민당과 연합해 정권에 참여했던 1999년에는 코소보 파병 관련 원칙주의자들과 현실주의자 사이의 갈등으로 당내 위기를 겪었고, 2017년 연방의회선거에선 저조한 득표율(8.9%)에 그쳤다. 소아성애자였던 창립 당원을 둘러싼 내홍이나 ‘채식의 날’ 같은 녹색당 제안에 대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방정치에선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 빈프리트 크레치만(71)이 높은 지지율(24.2%)로 주총리로 당선되고, 2016년에도 30.3%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2월 초에 있을 함부르크주 선거의 녹색당 지지율이 29%에 이른다. 녹색당의 주요 지지층은 ‘옛 서독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35살 이하 젊은이’다. 동독지역과 고연령 층에선 지지율이 매우 낮다. 볼프강 메르켈 교수(훔볼트 대학 정치학과)는 독일 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녹색당은 이제 집권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모든 계층에서 골고루 지지기반을 가진 국민정당은 아니지만, 사실 국민정당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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