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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5 16:43 수정 : 2020.01.16 02:32

블랙록 CEO, 전세계 투자자 등에 ‘연례 서한’
“석탄 관련 매출 25% 이상 기업 자산 팔 것…
기후변화, 투자자에 ‘극적 위험요인’ 대두”
‘기후 발 투자시장’ 중대한 지각변동 예고

7조달러(약 8101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제조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법인기업 자산(주식·채권)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올해 중순까지 팔아치우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가 투자자에게도 ‘극적인 위험요인’으로 대두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금 시장에서 ‘기후발 지각변동’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유럽연합(EU)은 1조유로(약 1290조원)의 기후변화 대응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핑크는 15일 블랙록(본사 뉴욕) 웹사이트에 올린, 투자 대상 전세계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낸 2020년 연례 서한에서 “금융투자부문은 지금 근본적 변혁의 경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모든 기업은 기후변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한’ 사업활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에 직면하면서 미래 자산·수익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블랙록에 자산을 맡긴 투자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편지에서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발전) 생산·제조 활동으로 얻고 있는 법인기업 자산(주식·채권)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올해 중순까지 팔아치우겠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 관련 지표·위험을 핵심 요인으로 고려해 자산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기존 배분·운용 구조를 전면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핑크는 편지에서 “기후변화가 국공채 투자부터 장기주택 모기지까지 모든 자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석탄화력발전 기업 등이 기후 ‘투자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본시장 장기투자 전망에서 기후 관련 ‘미래 위험’이 본질적 요인으로 급변하며 앞당겨 나타나고 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가까운 장래에 자본투자 배분에서 중대한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핑크의 ‘선도적인 기후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직 수익성을 추구하는 펀드 운용사로서 당장에 ‘기후’가 리스크로 떠오르는 현실에 ‘굴복’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핑크는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투자 고객들이 지속가능한 자산 포트폴리오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의 선언 직후 환경활동가들은 “석탄 등 화석연료 금융투자 중단을 요구해온 우리들의 압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의 벤 쿠싱 대표는 이날 “블랙록의 선언은 올바른 길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다. 기후행동에 대한 대중적 압력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역시 2조5천억~5조3천억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인 두 라이벌 자산운용사(뱅가드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퍼레이션)도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핑크가 ‘새로운 레토릭’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나설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세계 은행들도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투자를 중단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의 기관투자자그룹은 파리기후협약에 협력하지 않는 기업들에는 자금 대출·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거대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 금융기업들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는 ‘금융 수단’을 활용해 실물부문 법인기업들의 탈석탄 행동을 실제로 끌어낸다면 기후행동에서 극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한편 14일 유럽연합은 향후 10년 동안 총 1조유로의 ‘유럽 그린딜’ 기후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속가능한 유럽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이미 ”유럽연합을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신규 배출량을 대기 중의 흡수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순배출량 제로 만들기) 대륙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유럽 그린딜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이다. 1조유로는 에너지·운송·건설 부문에 걸쳐 탈화석연료 이행 비용(실업·전직 지원 등)에 주로 쓰이는데, 절반은 유럽연합 예산에서 나머지는 각 회원국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요하네스 한 유럽연합 예산위원장은 “우리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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