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6 22:08
수정 : 2006.06.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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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한겨레필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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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지난 1일로 발효 2주년을 맞았다. 한-칠레 협정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본격 협상을 목전에 둔 지금 한-칠레 협정의 성과와 영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칠레 협정은 우리나라의 칠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교역규모를 확대시키는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상품의 칠레 시장 점유율은 3.0%에서 3.6%로 상승하였으며, 교역규모는 매년 48.8%, 33.1% 증가하여 33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22%, 수입은 115% 증가했다. 우려했던 농업 부문에서의 피해도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다. 총수입증가액에서 농산물 수입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였고, 포도주를 뺀 나머지 농산물 수입증가액은 전체 증가액의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칠레 협정의 ‘성공’이 한-미 협정에 대한 지지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칠레의 산업구조는 상당히 보완적이었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자동차 산업 등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칠레는 구리와 같은 원자재 산업과 과수 농업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일부 과수농가를 제외하고는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과정에서 상당히 유리한 협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사과, 배 등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을 ‘비관세 예외품목’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칠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의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처음부터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협상에 나올 태세이며, 한 치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농업 분야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 미국법을 적용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한-칠레 협정과 비슷한 조건에 놓여있다고 보이는 한-아세안 협정라면 모를까, 한-칠레 협정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한-미 협정의 성공을 장담하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다.
서일/한겨레필진네트워크
http://wnetwork.hani.co.kr/high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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