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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4 20:59 수정 : 2006.06.08 11:58

사설

걱정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1차 본협상이 오늘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협상 양상에 따라서는 찬반 논란이 격화하고, 이해 계층간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 협상 대표단의 어깨가 무겁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등 미국 쪽 전제 조건을 ‘굴욕적’으로 수용한, 그런 저자세가 이어진다면 돌아올 건 독배밖에 없다.

일부 공개된 미국 쪽 협상 초안은 일각의 낙관론에 일침을, 비관론엔 더 깊은 근심을 안겨줬다. 우리는 준비도 하지 않은 새 금융서비스를 도입해 내국민 대우를 해달라는 데선, 미국이 금융시장 개방으로 노리는 게 뭔지 읽게 한다. 자동차 세제 개편, 노동·환경 관련 새 제도 도입 등 개방 요구는 세제, 입법, 공공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이다. 농업과 섬유는 별도 조항으로 비중 있게 다루자고 한다. 의약품 분야에선 정부 안에서조차 미국의 요구가 수용되면 건강보험 약가 정책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협상 초안은 강공책을 담게 마련이라지만, 수위는 예상 이상이다.

김종훈 협상단 수석대표는 “1차 협상에서 한·미 모두 수용 가능한 균형된 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덥지 않게 들리는 건 막연한 불안 탓만이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그런 믿음을 주지 못했다. 협정 체결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돼 있는 터에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벌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지금 와서 다시 이런저런 수치를 들먹이며 득실을 따져본들 논란만 이어질 게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 경험이나,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가 포괄적 협정으로 최강대국 한 나라와 통합되는 건 위험하고 국제사회에서 운신 폭을 좁게 하는 자해적 선택이라고 한 원로 경제학자의 지적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섣불리 협상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지만, 늦었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한-미 협정이 서둘러 가야 할 외길이라 보지 않는다. 한국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하고, 뜻이 맞지 않으면 박차고 일어선다는 단호한 자세로 협상해야 한다.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 천천히 가면 된다. 첫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어렵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습책도 마련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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