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
[현장]워싱턴 한-미 FTA 공식협상 첫날 |
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공식협상은 오전 9시반 전체회의로 시작됐다.
이어 분과별로 워싱턴 각지의 회의실로 나뉘어 오전 10시반에서 낮 12시반, 그리고 오후 2시반에서 5시반까지 회의가 진행됐다. (이번 협상에는 모두 17개 분과와 2개 작업반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이날 워싱턴에서 회의한 것은 11개 분과였다.)
전체회의에는 양쪽 수석대표와 분과장만 참석했다. 먼저 발언을 한 쪽은 한국 정부였다. 김종훈 한국쪽 수석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양쪽 이익 균형이 되도록 하자는 것과, 서로 민감한 부분을 어느 정도 존중하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1차 공식협상에서 건설적인 목표를 세워서 서울로 돌아갈 때는 손에 통합협정문을 갖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미국의 웬티 커틀러 수석대표는 “본인이 18년을 미 무역대표부 근무중인데 지금 가장 중요한 일 하고 있다”면서 “중책이어서 영광이고 무거운 책임 느낀다”고 했다. 커틀러 대표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이 추진하였거나 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서 “이번 주말까지 양쪽간 통합된 협정문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언급했다.
이날 협상이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김 수석대표는 닷새중 첫날 회의였지만 건설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였다고 분과장들이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선 양쪽간에 차이점에 대해서 서로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질의 응답이 많이 진행됐다. 분과에 따라서는 질의응답이 신속히 진행돼서 항목별로 축조심의(의안을 한조항씩 낭독하면서 의결하는 심의방법)를 진척시킨 분과도 있었다. 분과에 따라서는 해당 조항에 대한 질의에 대해 미쪽에서 즉각 답변하지 못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담당 분과마다 조항의 길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분과에서 전체 조항을 소화하는 데는 3~4일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산술적 계산을 하면 통합협정문 만든다는 목표의 30% 정도까지 오늘 진척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목표는 무난할 정도만큼 된다고 생각된다”며 “1차 협상이 금요일 마무리되면 아마 통합협정문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긴 과정의 첫걸음이었고 첫협상중에서도 첫날이었는데 그정도의 진전은 있었다고 본다”며 “대표단이 자신있게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미국쪽에서 즉각적으로 답변 못한 것이 있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미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받는 항만수수료가 수수료냐 세금이냐에 따라서 양쪽의 인식이 다를 수 있는데 미국쪽이 일단은 세금의 일종이라고 했지만 “좀더 자세히 파악해서 다시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30% 진척봤다는데 어떤 조항인가?
=예를 들어 10개조항중 3개조항까지 갔고 내일부터 4조를 가겠다는 뜻이다. 조항의 숫자중에 3분의 1 정도는 축조심의했다는 뜻이다.
-쌀 시장과 개성공단 원산지 언급이 있었나?
=쌀은 양허의 문제다. (협정문이 아닌) 양허안을 논의할 때(현재 7월 2차협상부터 계획중) 언급할 사안의 성격이기 때문에 오늘 협상에서는 논의가 없었다.
-미국은 농업을 별도 조항으로 두려고 하는데?
=일단 농업은 (조항에는 없지만 협상의 틀인) 별도 분과가 있다. 오늘 특별히 관세할당 문제가 다뤄진 것으로 보고 받았다. 이중에는 많은 부분 입장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농업은 많은 부분 괄호(의견일치가 안된 공란)로 남아 있다.
-농업은 별도 조항으로 하기로 결정 났나?
=합의 없다.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논의됐나?
=원산지 규정은 기술적인 게 많다.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털어내자고 했다. 양쪽간에 입장 차이가 큰 부분은 미루고 쉽게 털어낼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하고 가자고 했다.
-쇠고기 다 개방해봐야 8천억원인데 예를 들어 이런 것 때문에 수십조원 시장인 금융시장을 놓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금융 당연히 중요하다. 우리도 전문가들 있다. 금융서비스 우리가 쉽게 내준다는 생각 갖고 있지 않다. 현지 법인 설치 등을 통한, 이른바 ‘상업적 주재’를 통한 영업의 규제는 우리도 미국서 받고 있다. 이것은 상호적(한미간 서로 주고받기)이다. 실물경제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우리의 지위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현지 주재 없이 사업하는 ‘국경간 거래’를 많이 걱정하는데 미국도 이 부분에서는 신중하게 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재개와 동식물검역,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해 논의나 이견은 있었나?
=쇠고기 수입재개는 자유무역협정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별도의 현안이다. 협상장에서 논의 없었다. 동식물검역 문제는 양쪽간 두드러진 차이가 있는데, 미국은 이 문제를 체계있게 다루기 위해 상설위원회를 두자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비상설적인 협의기구로 하자고 했다.
-의견차가 가장 큰 게 무엇인가?
=궁금증 있겠지만 말하기 곤란하다. 아직은 빠른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게 다음날 협상 때 도움이 안된다.
-내일 협상 끝날 수 있는 조항은?
=노동과 경쟁이다.
워싱턴/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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