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
한미 FTA 첫날 협상 내용과 전망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 첫날 회담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개최됐다.
한국측의 김종훈, 미국측의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비롯한 양측 협상단은 이날 본회의와 11개 분과회의를 잇따라 열어 양국간 FTA체결을 위한 역사적인 협상의 서막을 열었다.
첫날 회의는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위원장들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전반적인 협상 기조를 논의하고 17개 분과 가운데 농업 등 11개 분과별로 축조심의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 발언조차 공개하지 않은채 철저한 비공개 속에 진행된 첫 날 협상은 양측 대표들이 호흡을 가다듬는 '워밍 업'의 성격과 함께 최대한의 이익을 따내기 위한 '기싸움'의 양상이 동시에 펼쳐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이 가시적으로 이끌어낸 합의는 9일 1차 협상이 끝날 때까지 양측의 협정문안의 쟁점을 정리한 통합협정문안을 만들어낸다는 것.
한국측의 김종훈 대표는 이날 협상이 끝난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협상의 최종 결과에서 양측의 기대이익이 균형잡혀야 하며, 서로 상대의 민감품목에 대해선 민감성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한다"는 2대 원칙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커틀러 미국측 대표도 협상후 연합뉴스 등과 가진 콘퍼런스 콜을 통해 '양측이 보다 쉬운 문제부터 의견을 맞추고 이견이 뚜렷한 의제가 무엇인지 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풀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첫날회의에서는 각 분과별로 평균 30%의 축조심의를 마친 것으로 추산되며, 노동과 경쟁분과는 6일, 다른 대부분의 분과도 3-4일 내로 협정문안 축조심의가 끝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예상했다.
김대표는 "통합협정문안은 앞으로 협상의 바탕이 되므로 통합협정문안이 있고 없고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작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커틀러 대표도 이에 대해 "금주말까지 통합협정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자"고 호응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이처럼 이견이 없거나 적은 '보다 수월한' 분야부터 접근하기로 함으로써 첫 날 협상은 순조롭게 출발했으며, '상당한 진척'이 있는 분과도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협상의 난제가 될 농업부문과 개성공단 등 '핫이슈'는 첫 날회담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채 협상의 불씨로 그대로 남겨둔 상태이다.
커틀러 대표는 오전 전체회의 후 콘퍼런스 콜 브리핑에서 농업문제와 자동차, 의약품 분야가 양측간 협상의 난제가 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또 한국측의 주요 관심사항인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FTA는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했다.
그는 '규제 투명성' 문제도 강조하면서, 1차 협상에서는 관세 문제보다는 '세제와 규제'문제에 집중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양측이 1차 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만들어낸다는데 합의하고, 분과별로 축조심의에 나서는 등 협상의 외관은 순조로워 보이지만, 1차 협상은 결국 양측간 차이가 뚜렷한 난제들을 추려내는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통합협정문안이 만들어지면, 2차 협상 때부터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타결을 모색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뚜렷이 드러난 핵심 쟁점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협상의 성패가 결정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양국내에서 더욱 분명해질 찬반 여론의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 하는 정치적인 문제까지 합쳐져 한미 FTA협상의 명운이 판가름될 전망이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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