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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1 18:56 수정 : 2006.07.11 22:24

SAT 서비스 받아들이면 초·중등 교육까지 영향
원격대학, 교육질 향상과 무관…정부 의도 빗나가

[FTA 2차 협상 둘쨋날] 쟁점분석 ② 교육서비스분야

“한국의 의무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교육 서비스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 테스트 서비스에는 관심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이 시작된 10일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국 교육시장 개방에 구체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커틀러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월 초 1차 협상 뒤 김종훈 수석대표가 “미국은 한국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시장 개방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힌 것을 뒤집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교육분야에서 정부가 내세운 원칙은 ‘초·중등 교육 미개방, 고등 및 성인교육 제한적 개방’으로 요약된다. 다른 정부부처에 비해 교육부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이미 세계무역기구 다자간협정을 통해 교육 부문을 상당부분 개방하기로 합의한 만큼 미국에 더 내줄 게 없다고 본 것이다. 협상 전 미국이 ‘테스팅 서비스’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교육부는 토익·토플 등 영어능력시험이나 기타 자격인증 시험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커틀러 대표가 구체적인 관심분야를 언급하자 교육부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서비스가 이번 협상에서 받아들여지면,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는 물론 대학입시에 종속돼 있는 초·중등 교육과정까지 전면적으로 손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철호 참교육연구소장은 ‘대학입시 평가시장을 열어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겉으로는 ‘한국의 공교육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사실상 한국 교육제도를 체질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한국 대학들이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함께 에스에이티 점수를 반영하겠다고 나서도 정부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초·중등교육까지 에스에이티에 맞춰져 전체 공교육이 미국식으로 표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입 평가시장 개방 요구를 ‘협상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신들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키기보다는 다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 관심을 보인 원격교육대학 역시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해 국내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교육시장 개방 의도에서 한참 빗나간다. 미국의 대학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대학이 허용될 경우, 미국 대학의 ‘질높은 교육’이 국내에 들어오는 대신 ‘학위장사’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외국의 우수한 대학교육기관 유치는 교수들의 연구업적과 질높은 수업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유도하려는 것인데 원격대학은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에스에이티나 원격대학의 두 부분은 이번 협상에서 확실하게 ‘유보’(개방불가) 조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과장은 “우리나라 원격대학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국내에서도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원격대학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원격대학이나 테스팅 서비스는 ‘미래 유보’로 남겨두겠다는 게 협상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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