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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2 19:16 수정 : 2006.07.12 22:26

다자간 WTO 협상이 걸림돌
미국만 추가개방 가능성 희박

[한-미 FTA 쟁점분석] ③ 농업 분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깨고 싶으면, 쌀을 포함시키라고 미국한테 얘기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을 며칠 앞둔 지난 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큰소리를 쳤다. 김 본부장만이 아니다.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 등 정부 관료들은 여러번 공개적으로 “쌀만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이유로 미국에게만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안되는 일을 가지고 정부가 공연히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은 현재의 ‘4개국 쿼터’(관세화를 않지 않는 대신 일정 물량은 수입을 허가하는 할당제) 물량 외에 추가로 쌀을 한국에 수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쌀 시장은 상황이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의 쌀 재협상을 통해 관세화를 2014년까지 유예하되 미국· 중국·오스트레일리아·타이 등 4개국 쌀은 유예 때까지 매년 20만5천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에만 관세화를 허용해 일찍 수입을 개방하려면 세계무역기구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2개의 협상을 동시에 벌여야 하는데다 다자간인 세계무역기구 협상은 양자간인 자유무역협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송 변호사는 “미국도 버거운 데 세계를 상대로 한국이 쌀 시장을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해동 농림부 농업협상과장은 “원칙적으로 미국 쌀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면서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 상대국한테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것처럼 쿼터 부여 등도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관세화 대신 쿼터제를 유지하되 미국 쪽에 유리하게 바꾸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4개국 쿼터 물량은 대부분 떡 등 가공용으로 써야 하고, 최대 30%까지만 밥쌀용(주식용)으로 시중에 팔도록 합의된 상태다. 이런 제한을 미국한테만 풀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기존 4개국 쿼터와는 별도로 미국쌀만 독립적으로 추가 쿼터를 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 변호사는 “그렇게 하면 중국 등 다른 3개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쿼터 배정 때 한 나라에만 독점을 허용하는 것을 금지한 가트(관세·무역 일반협정) 13조와 24조를 어기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기존 쿼터말고 추가되는 쿼터는 4개국 외에 인도·이집트 등 다른 나라에도 개방하도록 합의한 상태여서 세계무역기구 쌀 수출국 모두가 이의를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농림부가 법률자문단에 문의했더니 관련 규정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우리 쪽에 유리하게 해석해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야지, 마치 협상 대상인 것처럼 쌀만은 지키겠다는 주장을 거듭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미국은 쌀을 압박하면서 이를 지렛대 삼아 축산물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거나 미국이 약한 분야인 섬유 등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정부 관료가 나서서 쌀만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문제거리를 만든 꼴”이라며 “협상이 끝난 뒤 쌀만은 지켰다는 등 협상을 잘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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