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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0 18:38 수정 : 2006.08.10 20:55

공청회, 협상개시 선언 뒤로 연기 검토
시민단체 “요식행위” 반발에 결국 무산

우리 정부가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사정에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일정을 짜면서 정작 국내법에 규정된 국민의견 수렴절차는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추진이 처음부터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는 무시한 채 미국과의 밀실협상에 의해 강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해 11월 작성된 대외경제위원회의 내부 문건을 보면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상 추진 일정에 대해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시한(2007년 6월30일) 내 미 의회에 이행법안이 제출돼야 함을 감안할 때 2006년 4월1일 이전에 협상을 개시해 1년 이내 타결을 목표 … 2007년 3월까지 타결 및 가서명해야 한다”며 “금년 말(2005년 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협상을 개시한다”고 적고 있다. 무역촉진권한은 미 의회가 대통령에게 통상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대신 미 대통령은 협상 개시 3개월 전과 최종 협상문 체결 3개월 전에 각각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이 만료되기 전에 협상을 끝내려면 본협상 기간 1년까지 합쳐 최소 1년6개월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처럼 미국 정부의 사정에 맞춰 협상 일정을 정하면서도, 정작 국내여론 수렴을 위한 절차는 무시했다. 국내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대통령훈령 121호)대로라면 정부는 협상 개시 선언 이전에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대경위 문건은 “협상시작 선언 전에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나 … 미국 국내 절차와 균형유지 문제 등을 고려해 협상개시 선언 후 공식협상 개시 전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일정에 쫓겨 급하게 협상 일정을 짠 정부가, 협상 시작을 선언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안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자신이 없자 여론수렴 절차를 요식행위로 치를 생각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실제 협상개시 선언을 애초 일정보다 늦은 올해 2월3일 하면서 공청회를 하루 전에 열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공청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으로 아예 무산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협상 개시 선언이 늦어지면서 개시 선언 직전 공청회 개최로 일정을 바꾸기는 했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2월2일의 공청회는 무산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이라며 “공청회를 개최해 여러 의견을 듣겠다는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문건은 애초 2005년 11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6차 대경위 회의를 위해 대경위 실무기획단에서 작성한 회의 안건 초안이다. 대경위 6차 회의는 애초 일정보다 늦은 2006년 2월16일에 열렸다. 대경위는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대외 경제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직접 주재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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