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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3 20:46 수정 : 2006.09.03 22:53

지난 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전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FTA 쟁점분석] 농업분야
한국, “민감품목 빼자”- 미 “예외없이 열어라”
정부 “쌀은 지킨다”에 ‘쌀 외엔 양보?’ 의심

농산물은 무역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도 농업때문에 협상이 중단됐고 스위스도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깨버렸다. 농업강국인 미국과의 에프티에이는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우리 농업의 기반을 뿌리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가장 많이 말하는 분야지만 “가장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분야도 농업이다.

양쪽 입장 크게 엇갈려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의 개방안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10년 안에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도 모두 개방하겠으니 우리도 똑같이 개방하라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공격적인 개방안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맺은 나라는 극소수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를 없애야 했다. 만약 이런 미국의 입장이 관철되면 우리 농업의 피해는 엄청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관세가 모두 철폐되면 쌀을 제외해도 1조85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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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최장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고 쌀을 포함한 민감품목(개방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들)은 기타품목으로 분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타품목은 관세철폐까지 가지 않고 수입쿼터(TRQ, 낮은 관세로 일정한 양을 수입하는 것) 등 보다 온건한 방식을 취한다. 우리 정부는 양허안에서 1531개 품목 가운데 19.6%인 284개를 기타품목에 포함시켰다. 쌀, 콩,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포도, 감귤 등 대부분의 민감품목이 기타품목으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미국이 수출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품목들이다.

정부, 농업 지킬 의지 얼마나?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우리쪽 주장을 얼마나 관철하느냐이다. 한-칠레 협정 때는 전체 농산물 중 쌀, 사과, 배 등 2%가 예외인정을 받았고 마늘, 양파 등 26%는 논의를 유예하기로 하는 등 상당수가 개방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미국과 칠레는 다르다.

일단 정부는 양허안에서 국내 품목단체나 농민단체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에서 이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는 별개문제다. 농림부 관계자는 “처음 제시한 개방안인만큼 협상전략상 최대한 보수적으로 짰다”며 “앞으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지면서 실제로 우리가 얻는 부분도 있고 양보할 부분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한쪽을 얻으면 한쪽을 양보해야 한다. 어느 쪽을 양보하느냐는 정부가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상대방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협상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각오도 중요하다. 결국 농업을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 농업전문가는 “한-미 에프티에이가 우리 농업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면서도 별 대책 없이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농업은 포기하고 가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쌀만은 지킨다?= 정부는 쌀만큼은 전혀 양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농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럼 쌀만 지키만 된다는 거냐? 나중에 쌀 빼놓고 다 내주고 와서는 ‘쌀만은 지켰다’고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전략 측면에서도 이런 정부 태도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쌀이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쌀을 양보하는 척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실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쌀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 동의안(쌀 협상 비준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쌀은 아예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라도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치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타 쟁점들 =우리쪽은 어떤 농산물의 수입이 갑자기 급증할 때 이를 막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특별긴급관세(세이프가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또 미국은 우리의 수입쿼터 관리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현재 쌀에 대해서 하고 있는 국영무역 방식(국가가 직접 수입해 관리)을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다양한 관리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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