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0 19:11
수정 : 2006.09.10 22:09
정부 “국내 구제절차 통해서만 제소” 주장
미국 “투자인가 위반도 국제중재 제소대상”
[한-미FTA] 3차 협상 쟁점분석: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투자자-국가 분쟁의 국제중재 절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론자들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대표적인 분야다. 투자자가 투자 대상국 정부를 그 나라 사법부 대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등 제3의 국제기구에 곧바로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 정부의 공익적 정책이 미국 투자자의 사익을 거스를 경우 투자자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공공성 훼손과 재판 관할권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종훈 한국 쪽 수석대표는 9일(미국 현지시각) 이 부분에 대한 3차 협상 결과에 대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말해, 이견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사유재산 국유화 관련 분쟁이 관건= 정부가 지난달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공공정책 수행을 위해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분쟁은 국제중재 절차에 부치는 것을 반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많은 우려가 있고 국내법과 모순되는 문제도 있다”며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수용’은 국내 구제절차를 통해서만 제소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국제중재 절차는 수용된 재산 등을 현금으로 보상해야 하지만 국내법은 물건으로도 보상할 수 있다. 미국법은 개발제한구역 지정처럼 재산권 국유화는 아니더라도 재산권을 침해하는 ‘간접수용’도 수용으로 간주하지만, 국내법은 관련 규정이 없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도 수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수용이 빠지면 미국 투자자만 차별받을 수 있다”고 반대한다. 미국은 또 투자계약이나 투자인가 위반도 국제중재 절차의 제소대상에 넣자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분쟁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며 난색이다. 한국은 “개별 투자계약은 분쟁절차와 관할권을 계약 당사자끼리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 원칙이므로 강제 규정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중재절차 공개 여부=한-미 자유무역협정 비판론자들은 국제중재 절차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일부 쟁점의 경우 차라리 미국 정부의 주장이 한국보다 나은 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재절차에 제출한 자료와 심리 과정을 공개하고, 이해단체 등 제3자가 의견을 제시할 권리를 주자는 견해다. 반면 한국은 “심리에 참가하는 당사자들과 재판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유보적이다. 미국은 ‘공공보건·안전·환경과 관련한 규제는 간접수용이 아니며, 규제가 끼친 기대이익의 침해 정도 등에 따라 간접수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부속서의 채택을 제안하고 있다. 간접수용의 범위를 제한해 무분별한 제소를 막자는 취지이다. 미국은 1994년 체결된 북-미 자유무역협정부터 국제중재 절차를 도입했지만 심리는 비공개였고, 간접수용도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정책과 미 법원의 판결이 2005년까지 15차례나 캐나다·멕시코 기업으로부터 간접수용 등의 이유로 제소당하면서 방침이 바뀌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마저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쓸 만큼 국제중재 절차는 위험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